광명함 '천안함 피격사건 다시는 없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1945년 11월 11일 해방병단을 창설한 손원일 제독은 해군건설에 가장 중요한 것이 함정확보와 수리시설이란 점을 강조하고 해군내 해군병학교(현 해군사관학교)에 이어 두번째 조직인 조함창(현재 정비창)을 창설했다. 초창기 정비창은 기본임무인 함정정비 임무외에도 1946년 최초의 국산 군함인 충무공정을 건조할 정도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정비창내에는 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공원양성소를 만들어 1986년까지 7000여명의 기술자를 배출했다. 이 인력들이 현재의 조선업계를 일군 밑거름이었다. 천안함피격 1주기를 맞아 전투형부대의 초석인 해군정비실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남진해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윤형태 준장(진).해사 37기)을 찾았다.

지난 21일 해군군수사령부 수리부두에는 천안함 동생격인 광명함(함장 홍성인 중령·해사47기)이 진해 앞바다를 맞서 정박중이었다. 평택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된 천안함과 겉모습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천안함과 광명함은 모두 초계함에 속한다. 해군이 보유한 초계함은 1984년 1번함 포항함(PCC-756)이 취역한 이래 1993년 24번함 공주함(PCC-785)까지 10년에 걸친 기간동안 생산됐다.

지난해 피격당한 천안함(PCC-772)은 14번함이고 광명함은 22번 함이다. 포항급 초계함은 한국 해군의 진정한 주력함으로 선체부터 사격통제장치까지 가장 높은 국산화를 이룬 함정이다. 현재 포항급 초계함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건조된 포항급은 2020년까지 운용된 후 퇴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광명함은 지난 1월 중순 입항해 야전정비가 한창이었다. 지름 12cm의 밧줄 세 가닥을 하나로 엮고, 이런 밧줄 6개로 파도에 흔들리는 몸을 부두에 지탱했다. 해군임무의 특성상 장병들은 정비기간에만 휴가를 나갈 수 있다. 이날 광명함 장병들은 전원 휴가를 복귀하고 차디찬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선수쪽에서는 장병들이 바닷물에 녹이 쓴 함 표면을 닦아내고 페인트칠이 한창이었다. 한 장병은 배 오른쪽에 부착된 빨간색 스티커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선체를 닦아 내려갔다. 김용수 일병(해상병 571기)는 "이 잠수정 마크는 반잠수정을 격침시켰을 때만 부착할 수 있는 일종의 훈장"이라며 "내가 타고 있는 배가 새 옷을 입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자리를 이동한 곳은 한국해군이 보유한 최대크기의 도크(dock). 도크는 선박을 수리하기 위해서 세워진 시설로 평택 2함대와 동해 1함대에는 없는 시설이다. 배를 'ㄷ'자안에 가두고 물을 빼낸 다음 배 밑바닥까지 수리한다. 진해에 있는 도크크기인 세로 250m, 가로 30m로 한국 최대크기함인 독도함도 들어갈 수 있다. 진해 군수사령부에는 도크가 총 3개가 있다. 이날 도크 안에는 지난해 1월 소말리아에서 임무를 마친 청해부대 4진 왕건함이 서 있었다. 왕건함은 심장인 엔진을 드러내고 예비심장인 엔진을 장착 중이었다.

5248마력의 왕건함 디젤엔진은 20기통으로 수상최고 34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무게만 20t에 달한다. 이 심장을 정비공장에서 정비를 마치고 끼워넣는 것은 정밀한 작업을 요구한다. 60t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크레인으로 올리지만 바람이 많이 불거나 조그만 실수가 있게되면 제위 치에 고정시키지 못하고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매몰차게 불어닥치는 진해바닷바람에 긴장감마저 흘렀다. 들어 올린 엔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면 정비담당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정비창 최명성 진행과장(소령.학군 39기)은 "진해 군수사령부안에는 50여척이 넘는 함정들이 한꺼번에 정비를 한다"며 "바람이 초속 20m가 넘으면 모든 작업을 중단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함정정비는 부대정비, 야전정비, 창정비로 나뉜다. 부대정비는 함내장병들이 자체정비를 하는 것이며 야전정비는 엔진분해, 선체정비, 부품교환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받으며 70일이 소요된다. 야전정비때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정비를 보기 위해 추진체계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장내부에는 고속정부터 왕건함까지 30여개의 엔진이 일렬로 놓여져 있었다. 엔진의 연결호수는 혈관을, 엔진은 마치 수술대 위에 놓인 심장을 보는듯했다. 복잡하게 생긴 엔진을 작업하는 만큼 이곳에는 선박기관정비 명장도 있었다. 국내 6명의 선박기관정비 명장 중 유일한 현역이다.

명장인 설상섭 직장장(4급)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배에서 엔진을 꺼내 조이고 닦고 정비할때면 한배의 심장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깐깐한 성격이 아니라면 쉽게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군정비인원들은 기술력이 관건이다.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1500여명의 인원 중 90%이상이 전문 기술직군무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300m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기계금속공장은 마치 진해의 포항제철과 같았다. 주철, 주강, 비철금속 등 12종의 재료를 녹여 다양한 함정부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400도가 넘는 쇳물을 모형틀에 부어 5000여종 주물품을 만들어내는 이곳은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함정에서 필요한 부품은 모두 적재적소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공장 한 켠에서 13명의 정비원들이 모형틀안에 용해로에서 담은 쇳물을 붕어빵기계에 밀가루 반죽을 넣듯 붓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라는 책임자의 말에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화산에서 막나온듯한 쇳물은 1m밖에서도 얼굴을 금새 빨갛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한여름에 정비원들은 쇳물가까이에서 땀을 흘린지 않는다고 한다. 땀이 나오자마다 마를 정도의 열기 때문이다.

35년 10개월째 근무중인 윤종윤 금속직장장(4급)은 "과거에는 500여종의 주물품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함정의 기술이 발달해 5000여점의 주물품을 만들어 다양한 기술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윤 직장장이 이끌고 간 곳은 모형 조형물실. 이곳에는 손원일 초대해군총장은 물론 연평해전 전사자의 흉상 나무모형물도 있었다. 전국 해군부대에 가 있는 조형물도 모두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선 기자에게 한 정비원은 "기관부는 함정의 심장부"라며 "해군전력은 우리의 두 손에서 모두 나온다"며 웃음 지었다. 노을이 지는 진해앞바다를 등지고 사령부를 빠져나온 기자의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다시는 천안함은 없으리라'라고 외치던 해군의 다짐은 이곳 군수사령부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추진체계공장내부에는 고속정부터 왕건함까지 30여개의 엔진이 일렬로 놓여져 있었다. 엔진의 연결호수는 혈관을, 엔진은 마치 수술대 위에 놓인 심장을 보는듯했다.

해군정비인원들은 기술력이 관건이다. 해군군수사령부 정비창 1500여명의 인원중 90%이상이 전문 기술직군무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낙규 기자 if@사진=해군 군수사령부 제공<ⓒ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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