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일본 대지진으로 이웃 아시아 국가들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지진에 따른 타격이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일본의 부품 공급 차질과 방사선 확산 공포, 일본의 수요 급증에 따른 유가불안 등 위험 요소도 산재해 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타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아무리 심각한 재해라고 할지라도 일본과 같은 선진국 경제가 이로 인해 받는 타격은 몇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웃 국가들의 타격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FT는 "재해 발생 초기에 일본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향후 재건이 시작되면서 경제를 부양해 이를 상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의 스티븐 위팅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2004년 인도양 쓰나미,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엄청난 재해 이후에도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성장률이 올 2분기 감소하겠지만, 올해 중반부터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일본 경제가 향후 12개월 동안 0.2%포인트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췄지만, 2012년 예상치는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FT는 일본이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대일 수출 비중은 16년 전의 40%에서 현재 7.3%로 크게 줄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각각 전체 수출 가운데 15%를 일본이 차지할 만큼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내수시장이 거대하고 일본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도 되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일본의 핵연료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 것도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족한 전력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늘어나면서 수입을 늘릴 것이기 때문. 크레디 스위스는 이에 따라 석탄과 천연가스, 원유가 풍부한 인도네시아와 호주,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조업 중단으로 한국과 대만 등 라이벌 업체들은 판매량 증대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조안나 추아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대만 업체들은 일본 경쟁업체들의 일시 조업 중단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자국 생산량 부족을 메우기 위해 현지 자회사 생산을 늘리면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품 공급망 문제가 상존하고 있어 이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일본의 주요 인프라 시설과 공장이 파손되면서 일본의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르노에 이어 한국 제너럴모터스(GM)는 21일 “핵심 부품의 부족 사태를 대비해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추아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에서의 부품 공급 부족 문제에 따른 영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세계의 자동차, 기술, 조선업 성장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와 재보험업계의 피해도 상당하다. 스위스 재보험은 일본 지진과 쓰나미로 약 12억달러 규모의 보험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위스재보험은 “보험금 청구를 받는데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기업과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평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일본 경제 손실이 최대 2350억달러에 달할 것인데, 이 중 민간보험사가 140~330억달러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국과 대만은 대일 수입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수입품은 주로 전자제품 및 기계 부품이다. 한국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도 전체 수입품의 11~15% 가량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무디스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성 물질 확산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동 사태로 원유 공급이 불안한 가운데 일본에서 원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겨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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