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부품 수입차질→한국 생산차질→수급불균형→원자재값 급등→채산성 악화→경제 총제적 위기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일본 대지진의 후폭풍이 우리나라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까지 일본 제조업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부품 한개를 조달하지 못 해 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4월 대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산업계에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실정이다.부품, 소재 등을 중심으로 일본 제조업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한국 산업 특성상 일본의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될 경우 연쇄적인 경제 악순환의 덫에 빠질 우려가 깊다는 것. 일본의 제조업발(發) 경제 위기가 이달 내 뚜렷한 변곡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생산 차질→재고 감소→수급 불균형→원자재 가격 급등→채산성 악화→실적 부진' 등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현지의 3, 4차 협력업체의 경우 현재 생산 시설 피해 등에 대해 실상이 전혀 파악되지 않아 언제부터 가동이 가능한 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라며 "관련업계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 일본 부품 소재 수입 비중은 지난 연말 25.2%로 중국(24.7%) 미국(10.9%)에 앞선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수입 품목은 LCD 제조용 장비를 비롯해 플라스틱 제품, 철강판,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으로 우리 수출에 필요한 핵심 소재 및 장비에 해당해 전체적인 생산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D램 반도체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1~3개월의 웨이퍼 재고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땐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려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반도체 제작 필수 재료인 웨이퍼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신에츠화학과 섬코가 가동을 중단한 데 따른 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현재 LG 계열의 웨이퍼 제조사 실트론에 공급을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플라즈마(PDP)용 유리기판의 경우는 아사히글라스 등 일본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차 구매선은 이상이 없으나 2~3차 협력사의 상황이 어떤 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내 자동차 업계도 일본 사태가 이달 중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내달 악순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일부는 수급 조절을 위해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보류한 상태. 한국지엠 관계자는 "4월에 접어들면 사태는 180도 다른 국면을 맞을 것"이라며 "재고 소진은 물론 자동차 산업 특성상 3만여개 부품 중 하나라도 제 때 공급되지 않으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4, 5차 협력사로 부품 조달의 범위를 확대할 땐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과 직접적인 수출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인 악영향으로 번질 수 있다"며 "핵심 부품을 만드는 곳이 많아 부품 1개로 인한 전체 생산 차질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최근 적용이 늘고 있는 고장력 강판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고장력 강판은 특화 제품으로 일본의 특정 제철소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라 공급선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판TV와 고급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컬러강판과 내지문강판도 마찬가지다. 제품 수급에 실패하면 전체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타이어 주원료인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는 일부 석유화학 업계는 일본 토요타와 닛산의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수요처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대다수가 일본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니콘, 캐논 등 카메라 업체들도 조업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생산과 제품 수급에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중소기업은 피해가 현실화하기 시작했고 대기업은 1~3개월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일본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부품, 원자재, 설비 등에 이르기까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일본 외에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빠른 시일 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혜원 기자 kimhy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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