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자칫하면 '몰래 게임'만 늘릴 수도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과몰입 등 게임이 지니고 있는 문제는 문화현상의 '그림자'라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자를 단칼에 베어내기는 어렵죠."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지난해 8월 게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종민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2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게임산업에 대해 '작고 적절한 규제'를 강조했다.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회피 수단은 더욱 교묘해진다는 것이 경험에서 나온 그의 생각이다. 최근 끊임없이 이슈가 되고 있는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에 대해 김 이사장은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다. "셧다운제 등은 게임을 지하로, 어둠 속으로 몰 가능성이 큽니다." 그 대신 김 이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변화다. 김 이사장은 "40세 이상과 이하가 게임을 보는 시각이 하늘과 땅 차이"라며 "양 계층간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게임을 올바르게 소비하는 방법을 가르치려는 체계적 노력을 할 때가 됐다"며 "'게임 소비주권'이 확실히 설 때 생산도 바르게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문화재단은 이 날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재단 설립 목적 중 하나였던 과몰입방지 사업의 첫 발을 떼는 셈이다. 올해 안으로 16억5000만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경기 지역에 1개소를 설치하고 하반기에는 그 밖의 지역으로 2개소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정신과를 갖춘 의료 기관을 대상으로 치료센터를 공모, 상담뿐 아니라 치료 기능까지 갖춘다는 목표다. 김 이사장은 "작년 11월 말 상담 중심의 센터를 두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더니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치료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난제는 많다. 아직까지 게임과몰입의 정의와 치료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합의된 의견은 없다. 기존 조사 자료나 연구 결과가 없어 인터넷중독이나 도박중독과 관련된 자료를 참조하는 걸음마 단계다. 과몰입을 치료할 때 구체적 치료 방식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진단 키트나 검사 키트는 어떻게 만들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 이사장도 어려움을 인정했다. "게임과몰입을 전문적으로 검사ㆍ조사ㆍ치료하고 입원까지 시키는 길은 게임업계가 미처 가 보지 못한 길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인 만큼 작은 시도라도 시작해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각계 전문가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게임과몰입 문제에 직접 대응해나가며 연구활동을 하고 자료를 쌓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개설되는 3개 상담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차차 시스템을 정비해가겠다는 얘기다. 그는 "게임과몰입이 치료 대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져 병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진전"이라며 "차후 효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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