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신흥국 자본시장 인큐베이터”

한국거래소, 글로벌 증시 합종연횡·무한경쟁 대응 해외진출 속도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8월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김봉수 이사장과 김인수 파생상품시장본부장보가 참석한 가운데 ‘코스피200옵션 야간시장’ 개장식을 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세계 자본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각국 거래소들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며 세계 자본시장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유럽 유로넥스트, 미국 나스닥과 북유럽 통합거래소인 OMX, 런던 거래소와 이탈리아 거래소. 이들은 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대형 거래소로 거듭났다. 2010년 이후에만 3건의 대형 거래소간 인수합병(M&A) 계획이 발표됐다. 호주 ASX와 싱가포르 SGX가 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올 상반기까지 합병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월 영국 LSE Group과 캐나다 TMX Group은 양 사의 합병안을 발표했고 이어 독일거래소(DB)와 미국 NYSE Euronext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거래소 간 인수합병 및 시장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세안(ASEAN)의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6개 거래소가 올해 말부터 각 시장을 연계한 공동 플랫폼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의 중형 거래소들인 칠레, 콜롬비아, 페루 거래소는 이달 말에 통합거래소 Mila를 출범할 계획이며 우선적으로 콜롬비아 거래소와 페루 거래소가 합병을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자국 내 거래소간 합병 방침을 발표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상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체거래 시스템 역시 거래소 인수합병 조류에 동참하고 나섰다. 미국 3위 거래소 BATS Global Markets는 유럽 최대 대체거래 시스템인 Chi-X Europe을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거래소 간 통합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세계 거래소 시장은 과점체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세계 주요 거래소가 향후 3~4개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차이나 3國 한국형 증시 이식

한국거래소가 신흥시장 지원사업의 하나로 지난 1월 개장한 라오스 증권거래소.[사진제공:한국거래소]

어수선한 국제 금융시장 분위기 속에서 한국 자본시장도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발 빠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KRX)는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을 목표로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대국 중국의 본격적인 증시 성숙 이전에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힘을 쏟는 등 결전 준비에 한창이다. 그 일환으로 신흥국에 대한 증시 개설 지원, 증시 IT시스템 수출,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 등 크게 3가지 해외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증권시장이 없는 신흥시장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증시 설립을 지원하는 일은 한국형 증권시장의 보급을 통해 국내 금융회사의 현지 진출 및 증시 IT시스템 수출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지 거래소 합작 설립 및 공동 운영을 함으로써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 구축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는 신흥시장 지원사업의 하나로 지난 1월 라오스 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한국거래소와 합작거래소로 출범한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라오스 중앙은행이 토지와 건물 등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는 IT시스템과 교육 출자를 통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라오스 증권거래소 개설을 위해 2008년부터 전문 인력 양성 교육과 관련 제도 입안을 자문하는 등 합작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라오스 국영 기업의 한국증시 상장 유치 활동도 병행해나갈 방침이다.오는 7월에는 한국거래소가 지분 45%를 취득한 캄보디아 거래소가 개장한다. 2009년 3월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증권거래소 설립 및 공동 운영을 위한 합작 계약을 맺고 현재 캄보디아 합작거래소 설립 등기를 마친 상태다. 이로써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인도차이나 3국 모두에 ‘한국형 증권시장’을 이식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우즈베키스탄 국유자산위원회와 우즈벡 증권시장 현대화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IT시스템 재구축을 포함한 자본시장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시장의 핵심 인프라인 IT시스템을 한국형으로 보급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형 증권시장의 세계화인 셈이다. 2006년 5월 말레이시아거래소의 채권 매매 및 감리시스템 개발 국제 입찰에 참여, 총 220억 원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총 9개 기관에 응찰, 기술 평가 등 절차를 거쳐 인도 Tata 그룹 등 세계 유수의 IT업체를 제치고 2007년 최종 수출 계약을 따낸 것. 개발 성과에 만족한 말레이시아의 요청에 의해 2차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추가 프로젝트가 다수 이어졌다. 마켓메이커 감시시스템, 이슬람상품 매매시스템, 파생상품 청산결제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이후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던 중 2009년 10월 3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증권시장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수주를 확정졌다. 또 지난해 12월 필리핀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 수주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모두 한국거래소의 풍부한 시장 경험과 우수한 IT기술력이 빚어낸 결과로 평가받는다. 탄력을 받아 현재 아르헨티나, 페루, 카자흐스탄, 동유럽 등 다양한 권역으로 시스템 수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영업 기반 확대와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위상 제고를 위해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중국 14개사, 미국과 일본·라오스 각 1개사 등 외국기업 총 17개사가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5개권역 30여개국 시스템 수출 추진아울러 외국기업 상장으로 인해 증권연관 산업의 수익 창출 및 국제적 자금조달 시장으로 도약함으로써 국내 투자자를 위한 효율적인 해외투자 수단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중위권 및 상위권 증권시장에의 진출과 유럽 및 남미 증권시장을 포함하는 지역 다각화를 통해 세계에 한국형 증권시장 IT시스템의 보급을 확산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거래소가 구상하는 금융 영토 확장 로드맵은 이렇다.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앙골라, 아르헨티나 등 5개권역 3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증시 설립 지원 및 IT시스템 수출을 진행한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국내 상장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2015년 세계 10위권 거래소로 도약하고 2020년에는 세계 톱5 거래소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3~4년 내에 이뤄질 세계자본시장의 새로운 경쟁구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한국거래소도 IPO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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