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가 본 한국 물가의 특징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물가잡기가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버겁다"고 토로했다. 책임론부터 개각설까지 뒷말도 무성하다. '연중무휴'로 일하는 재정부의 노력을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게 애를 써도 돌아온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식품 물가 상승률 1위. 우리나라의 물가 구조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이 본 우리나라 물가구조의 특징은 이랬다.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경제가 쑥쑥 커가던 1970년대, 물가상승률은 10%를 웃돌았다. 80년대엔 경제 안정화시책으로 상승률이 점점 떨어졌고, 90년대말 환란을 겪은 뒤 물가는 3%선에 안착했다. 하지만 우리의 물가 상승폭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 왜 그럴까. 정부는 먼저 "선진국보다 빠른 성장세 속에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게 형성됐다"는 점을 꼽았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2~3%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3.5% 내외다. 체감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집값과 교육비, 식료품비 가격 상승폭이 높은 것도 한 요인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소비자 물가에서 서비스 가격 비중이 높은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생산·소비자물가의 격차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폭보다 높은 것도 체감물가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했다. 선진국에선 두 물가 사이에 격차가 거의 없지만, 우리는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와 생산자 중심의 가격 결정 관행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정부는 특히 유통산업의 발전 수준이 낮아 유통 마진과 유통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산업연구원은(2006년) 유통산업이 1% 성장할 때 생산·소비자 물가가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극심한 물가변동성우리나라 물가 구조의 또다른 특성은 선진국보다 공급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는 물가 변동성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정부는 대외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물가변동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시장 구조도 문제라고 봤다. 정부는 "높은 에너지 투입 비중과 낮은 곡물 자급률이 외부충격에 취약한 시장 구조를 만들었고, 농수산물 공급이 부족해지면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시스템도 아직 갖춰져있지 않다"고 했다.
◆독과점적 시장구조마지막으로 정부가 꼽은 문제점은 독과점적인 시장구조와 물가의 하방경직성이다. 물가가 오를 땐 쉽게 오르지만, 경기가 둔화돼도 일단 오른 물가는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선진국에선 상승·하락기의 물가 변동폭이 비슷하지만, 우리는 오를 때 높게 오르고 떨어질 땐 적게 떨어진다고 했다. 정부는 낮은 경쟁 압력과 왜곡된 가격 결정 구조가 이런 문제를 낳는다고 했다. 독과점적 시장 구조가 기업에 가격설정자 지위를 줘 물건 값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선진국보다 소비자 감시 기능이 약하고, 정보가 충분치 않은 점도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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