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아이젠하워'의 단순화 법칙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졸업식이 모두 끝났다. 이제 학교에는 고사리 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입학식이 치러질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린 지난 겨울을 뒤로 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또랑또랑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정에 울려 퍼지며 생기를 북돋운다. 우리나라 말에는 보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표현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새'가 들어 있는 말에는 희망과 아름다움이 묻어 있다. 관형사인 '새'는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 이란 뜻과 함께 '사용하거나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한'이란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기존의 낡고 고루했던 의미가 '새'란 관형사를 만나 새 생명을 얻곤 하는 것이다. 새 손톱, 새 기분, 새 옷 등이 그 좋은 예다. 새 학기에는 우리 교육에 참 좋은 일들이 넘쳐나고 학교가 '즐거운 배움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이런 희망과 기대가 현실화돼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올 봄에는 김진홍 목사께서 일찍이 말씀하신 '아이젠하워 원칙'을 가져보기를 교육계에 제안한다. '아이젠하워 윈칙'이란 미국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때 적용하고 있는 방법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지럽고 복잡한 상태를 간단하게 정돈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빈 책상이나 방바닥을 4등분으로 나누고 가, 나, 다, 라 이름을 붙인다. 그런 다음 책상 안의 물건들이나 방구석에 흩어진 물건들을 4등분한 자리의 한 곳에 모두 쌓아놓는다. ▲가 구역에는 버릴 물건들을 쌓는다. 버릴 물건들이란 묵은 신문, 지난 카탈로그, 학생 시절의 참고서, 해묵은 카드, 지난해 달력,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이나 그 설명서와 같은 물건들이다. ▲나 구역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거나 위탁함으로써 해결될 것들을 쌓는다. ▲다 구역에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을 쌓는다. 그 자리에 모이는 사안들은 반드시 즉각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미뤄서는 안 될 일들을 이 구역에 모은다. ▲라 구역에는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긴급하지 않은 사안들을 쌓아놓는다.아이젠하워 원칙에 의하면 일을 정리 정돈할 때는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려는 마음이나 습관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분담해 일을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동료, 가족, 하급자 등 모든 사람들로부터 가능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젠하워 원칙'은 ▲중간에 어정쩡하게 걸쳐 놓는 사안들이 없어야 할 것 ▲각 서류는 주저 없이 한번에 손에 잡아야 할 것 ▲5구역이나 6구역을 만들지 말 것 등 3대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 주변을 정리 정돈해 나가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생겨난다는 것이 '아이젠하워 원칙'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이렇듯 '아이젠하워 원칙'을 소개하는 이유는 국가 및 시도교육청 교육정책은 물론 개인의 일상 생활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명박정부 출범 4년 차를 맞아 지금껏 양산한 교육 정책 중 학교 현장과 괴리되고 문제가 있는 정책은 과감히 '가'구역에 배정해 폐기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좀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은 차분히 학교현실에 맞게 보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출범 8개월을 맞은 시ㆍ도 교육감들도 마찬가지다. '이왕 추진한 것이니 그냥 가자'는 식의 오기 어린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현장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할 때 우리 교육도 잘 정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 학기에는 우리 모두가 지난 학기와 겨울 동안 어지러웠던 마음과 환경을 새롭게 정리 정돈해 힘찬 새 출발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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