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수입자동차의 수리비(부품 및 공임)를 놓고 손해보험업계와 수입차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손보업계는 수입차 수리비가 과다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입차 업계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책정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이와 관련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국내 딜러(판매 대리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청구한데 이어 BMW 딜러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수리비)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손보업계와 수입차업계의 수입차 수리비용 다툼이 법원으로 확산된 것이다.25일 보험 및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아우디 및 폭스바겐과 계약관계가 있는 한 딜러가 청구한 보험금이 국산차의 4배에 달하는 등 과다하기 때문에 지급하지 못하겠다며 법원에 '일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청구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보험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금융당국의 경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꼭 필요할 경우에만 동원되는 법적 수단이다.또 삼성화재가 법적 소송을 통해 수입차 업계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자 BMW 딜러는 유럽 및 미국의 견적프로그램을 근거로 제시하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청구했다.이번 법적 다툼은 수입차 수리비용 산출의 기준이 되는 표준작업시간(차 부품을 교체하는데 들어가는 표준화된 노동시간)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된다. 삼성화재는 수입차의 표준작업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시간당 공임이 과다하게 책정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수입차 업계가 제시하는 미국과 유럽의 정비 표준작업시간도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반면 수입차 업계는 미국과 유럽의 견적 프로그램을 근거로 수리비를 책정한 만큼 정당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차량 가격이 높은 만큼 차량 수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국내 한 보험사의 자료를 보면 수입차 업계의 표준시간을 적용할 경우 빗길사고로 파손된 BMW차량의 전면부와 하체 부품을 바꾸는데 대략 116시간이 걸린다. 1명의 정비사가 하루 8시간을 꼬박 매달려 15일 걸려 부품을 교환한다는 계산이다. 수입차에 적용되는 표준시간이 이처럼 길기 때문에 수입차 수리비용이 국산차의 3~4배에 달한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주장이다.또 수입차 수리비 증가는 보험사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대다수 운전자의 자동차 보험료 상승을 초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수리 공임은 보험사별로도 차이가 난다"면서 "삼성화재처럼 대형 보험사는 협상력이 높아 수입차 업체와 싸워 공임을 낮출 수 있지만 중소형 보험사는 수입차 업체에 끌려가는 실정이라 공임 단가가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보험사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수리비가 너무 높다고 항의하면 수입차 정비업체는 운전자에게 차량을 인도하지 않거나 수리비를 운전자에게 직접 청구하겠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운전자가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보험사가 수입차 정비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수입차 판매법인은 부품에서, 딜러는 공임에서 이익을 챙긴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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