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국내 첫 주파수 경매에 '고심'

경매 기준에 따라 통신 3사 천당과 지옥 '오락가락'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2.1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를 위한 세부 계획 수립에 나서며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의 경매 기준에 따라 통신 3사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3월 2.1㎓ 주파수 중 20메가헤르츠(㎒) 대역을 경매를 통해 할당하기로 결정하고 세부 경매 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파수 대가를 결정한 뒤 사업자에게 분배해왔다. 경매제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 사업을 하지 않는 일반 기업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2.1㎓ 주파수는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이 3세대(3G)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다. 로밍 서비스는 물론, 외산폰 도입에도 적합하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그대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 주파수는 SKT가 60㎒ 대역을 확보했고 KT가 40㎒ 대역을 확보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확보된 2.1㎓ 주파수가 없는 상황이다. ◆통신 3사, 2.1㎓ 주파수 양보 못해=현재 통신 3사는 상대 업체를 배제시키기 위해 제각기 논리를 펼치고 있다. 경쟁 상대를 하나라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먼저 KT는 SKT를 경매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SKT가 이번에 경매로 할당되는 20㎒ 주파수를 확보할 경우 2.1㎓ 주파수 총 80㎒ 대역을 확보하게 돼 주파수 독과점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이다. 전체 3G 주파수 120㎒ 대역 중 무려 80㎒를 갖게 돼 KT의 2배에 달한다. 반면 SKT는 2G, 3G, 4G용 주파수를 모두 더할 경우 KT와 동일하기 때문에 경매에서 제외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LG유플러스는 이미 KT와 SKT는 2.1㎓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두 업체를 제외하고 경매를 진행하자고 나섰다. 이런 상황은 최근 스마트폰이 급성장하며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SKT는 현재 60㎒ 대역의 주파수를 확보해 안정적인 무선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주파수가 한계에 달할지 몰라 추가 주파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KT는 조금 더 심각하다. 현재 SKT의 3G 가입자는 1560만명, KT의 3G 가입자수는 1480만명으로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KT가 확보한 주파수는 40㎒ 대역에 불과해 SKT보다 수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심각한 수준을 지나 절박하다. LG유플러스는 1.8㎓ 주파수에서 20㎒ 대역, 800㎒에서 20㎒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LG유플러스는 KT와 SKT가 외산 스마트폰을 도입할때 지켜만 봐야 했다. 통신 방식도 다르지만 2.1㎓ 주파수가 아예 없다 보니 꿈조차 꿀 수 없었다. 4세대(4G) 통신 시대가 온다 해도 주파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외산 스마트폰 조달이 가능한 2.1㎓ 주파수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방통위 총량제 기준에 따라 통신 3사 희비 엇갈려=현재 전파법은 주파수 경매제 도입에 따른 주파수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경매 참여자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주파수 총량제를 도입해 특정 사업자를 할당 신청자 범위에서 아예 뺄 수 있다. 방통위는 주파수 총량제를 사업자가 갖고 있는 전체 주파수로 한정할지 2.1㎓ 주파수 등 특정 범위로 한정할지 고민이다. 전체 주파수로 할 경우 KT와 SKT는 확보한 주파수가 비슷한 수준이고 LG유플러스는 3분의 1에 불과해 자칫하면 KT와 SKT가 경매에서 배제될 수 있다. 2.1㎓나 3G 주파수 대역 등 특정 범위로 한정할 경우 SKT가 가장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어 SKT가 경매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결국 방통위가 경매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통신 3사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된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책적인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차후 문제지만 특정 사업자에게 주파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총량제한 등의 조치는 검토하고 있다"면서 "몇가지 안을 만들어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실제 통신 3사가 말하는 것처럼 정말 주파수가 부족한 상황인지 실제 조사도 거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3월 중 경매 세부 기준을 결정하고 주파수 할당 공고를 할 계획이다. 실제 경매는 4월은 돼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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