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원재료비가 어디까지 오를 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그렇다고 정부 압력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결국 우리는 죽으란 말입니까?"국내 식품업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세계적 이상 기후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는데다 구제역 여파로 인해 '우유발(發) 도미노 가격인상'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정부가 업계 현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일방적 물가잡기에만 나서 3중고로 목줄이 점차 조여지는 실정인 것. 식품업계는 마치 '가격인상 지뢰'에 한 발을 밟고 있는 형국이다. 발을 떼게 되면 한순간에 가격 인상의 봇물이 터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정부의 짓누르기를 견딜지 초읽기만 할 뿐이다. 곧 다가올 '풍선효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만 떠넘겨질 공산이 크다. 지난 16일 서울우유가 업소용 우유 납품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반나절 만에 이를 전면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울우유 측은 "실무부서의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업 '팔 비틀기'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서울우유는 이날 커피전문점, 제과, 제빵업체에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최고 66% 올리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거래처에 보냈다. 그러나 반나절 만에 이 같은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단지 "실무부서의 오류 때문"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최근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직후 인상안이 철회됐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지식경제부까지 물가와 관련 있는 부처를 총동원해 전방위적으로 '물가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그러나 무조건적인 가격 통제는 결국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으로는 궁극적으론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실제 정부는 최근 젖소 수입 방안을 하반기 검토하는 등 우유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우유를 사용하는 산업이 얼마나 많은지 조차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축산농가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시점에 발 빠른 대책이 필요한데 임시방편에 불과한 전시행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정부 물가 잡기가 당장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시장 질서를 깨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무리하게 억제된 가격은 언젠가는 다시 솟아오르게 돼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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