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가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형 지역사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동남권 신공항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를 두고 지역간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낼 지 청와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오는 3월 입지 선정을 앞둔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를 앞세운 부산시와 '밀양'을 내세운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시는 "경남 밀양에 공항을 만들려면 주변 산을 깎아야 해 비용도 많이 들고 환경 재앙도 우려된다"며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으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내세웠다. 대구·경북·울산·경남은 "영남권의 중심부인 밀양에 신공항을 만들어야 가장 효율적"이라며 "영남권 1300만 주민의 절대 다수가 밀양 신공항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동남권 신공항은 이미 3차례나 입지 선정을 미뤄와 또다시 결정을 미루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까지 "입지 선정을 질질 끌며 결정하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는 만큼 빨리 입지를 결정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정부가 계획했던 일정대로 추진되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일부 참모들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어느 곳이든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권에서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김해 여론을 감안해 3월에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청와대 관계자는 "당내 지역의원들의 목소리가 다 다르고, 경제성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만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라며 "임기내에 신공항 문제를 결론짓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과학벨트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 대통령이 신년좌담에서 과학벨트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충청권 민심이 격앙된 상태다. 설이 끝나자마자 충청 지역 곳곳에서 집회가 잇따르는 등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세종시도 느닷없이 수정안이 나와 국론만 분열시키더니 과학벨트도 세종시와 같은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당선됐으니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면 선거는 필요 없다는 뜻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과학벨트 논란으로 설 기간동안 충청 민심이 아주 나빠졌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우려했다.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신년좌담에서 과학벨트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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