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미국과 일본에서 한국의 환율정책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원화절상 압박이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일본 정부가 원화절상 압박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며, 미국 재무부는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환율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니버셜조선소 등 일본의 조선업체들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조선업체들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원화가치로 불공평한 혜택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일본 대형 조선업체인 유니버셜조선소의 미시마 신지로 사장은 “일본 정부는 한국의 원화가치 조절을 매우 완강하게 대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당연히 행동을 취해야 하며 우리는 (정부의) 개입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라 히사시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 사업부문 대표는 “(환율 차이로 인해) 동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불평했다. 그는 이어 “원가 면에서는 동등한 편이지만 달러로 전환하게 되면 우리가 한국 선박보다 약 20%는 비싸진다”며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사마 사장과 하라 대표는 “일본 정부가 원화절상 추가 압박에 실패한다면 일본 조선업계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시마 사장은 또 “만약 엔 가치가 현재의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며 결국 해외에서 생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일본 기업들이 엔 강세로 한국 라이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란 우려에서 나온 행동이다. 엔 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제조업체들은 수출 타격에 대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지난 2008년 엔·달러 환율은 110엔에 달했지만 현재는 82엔선에 거래되고 있다. 또 지난 2009년 9월 이후 엔화 가치는 원화에 대해 40% 상승했다. FT는 "한국 정부가 시장개입에 대해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환율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많은 트레이더들은 이를 수출업체들을 도우려는 시도로 보고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한국의 환율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개입 자제까지 촉구했다. 지난주 미 재무부는 '2010년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환시 개입규모를 기술하고 환율의 유연성 확대 및 개입 자제를 요청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빠른 경제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을 감안할 때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고 환시 개입을 줄일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원화가치가 평가절하됐으니 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는 우회적인 압박인 것이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해 한국의 환율정책을 비난하기도 했으나 한국과의 역사적으로 민감한 관계로 인해 적극적인 원화절상 압박을 자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간 나오토 총리는 한국이 환율에 책임감있는 행동을 취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공수민 기자 hyun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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