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004∼2007년까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3년을 지낸 이후 1년여 만에 재정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원칙과 소신,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행정가로서 비상경제에 놓인 우리 경제를 2년만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회복시켜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입증했다.윤장관은 그러나 올해부터 새로 꾸려진 2.5기 경제팀이 이끈 선발투수로서, 그것도 정규시즌이 아닌 정권 후반기 단기간 승부를 내야하는 한국시리즈의 선발 에이스로서 막중한 부담을 안고 있다. 5% 성장, 3% 물가의 목표를 달성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1월부터 3% 물가가 무너진 상황에서 5% 성장 달성과 물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수출중심의 경제구조 개편과 서비스업 등 내수선진화 육성방안, 무상복지와 감세ㆍ증세 논란 속에서 나라 곳간지기로서 역할도 해야 한다. 이집트 사태를 비롯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양적 완화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고 북한 리스크도 적지 않아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풍전등화 한국경제 2년만에 '반석' 위에= 윤 장관은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 시절, 금융감독을 규제가 아닌 서비스로서 재정의하면서 금융감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묵묵히 일해온 현장행정의 달인으로서 그의 별명은 큰형님, 따거(큰형님의 중국어)였다. 금융영역의 블루오션을 개척한 '조용한 규율자'로 불리기도 했다.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2월 재정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그는 산적한 현안을 실타리 풀듯 헤쳐 정책의 우선순위를 적절히 배분하고 효율적인 정책조율,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해 경기부양을 단행했다. 여기에는 물론 정부ㆍ기업ㆍ국민들의 위기극복 동참도 한 몫했다. 그 결과 윤 장관은 지난 2년간의 성적에 대해 안팎에서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가 취임할 당시 이미 이명박 정부의 핵심공약인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은 사문화된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그해 경제전망치를 -2%로 수정한 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28조원이 넘는 재정을 추가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었다. 신용보증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았다. 기업 규제 완화도 적극 추진해 기업 환경 개선을 유도했다. 2009년에는 예상을 깨고 0.2% 플러스 성장을 거뒀고 2010년에는 적절한 출구 전략까지 병행하면서 6.1%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글로벌 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의장으로 환율 및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 경상수지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해 세계를 누볐으며, 경주와 부산에서 열린 G20장관회의에서는 '큰형' 리더십을 발휘해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다.이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에 밑거름이 됐다. 아시아 지역 안전망 구축에도 힘을 기울여 역내 상호자금지원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 조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물가안정에 주력...곳간지기 고민도 커= 관운(官運)은 들어갈때보다는 나갈때가 더 중요하다. 박수받고 들어와 박수받고 나가면 본전이나 들어갈때나 나갈때 모두 박수를 못받고 나가는 인사가 부지기수였다. 윤 장관이 만약 작년 12월 31일 개각에서 교체됐다면 박수받고 들어와 박수받고 떠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현재 기록만으로도 역대 재무부 장관으로는 김만제 전 장관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길고 경제기획원까지 포함하면 김영삼 정부 이후 최장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올해는 1971년 행정고시 10회로 합격해 공직을 시작한지 올해로 꼭 만 40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경제가 비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오고 국내외 변수(유가ㆍ환율ㆍ남북관계ㆍ국제관계ㆍ무상복지ㆍ구제역)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당장 올해 거시경제 목표(5% 성장, 3% 물가) 달성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올해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지만 5% 내외 성장은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니 믿어도 좋다"면서 "새해 들어 물가가 다소 들썩였으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초장부터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윤 장관에게 남은 과제는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해 물가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무상복지, 유류세 등 각종 감세 요구,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등에서 나라곳간을 얼마나 건전하게 지킬 것인가에 있다. 또한 선진일류경제 도약을 위해 지난 2년여간 제대로 손을 못 댄 수출에 치중한 경제의 선진화를 위한 내수산업육성과 영리병원 허용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의 좌우명인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 좋게 지내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아니한다)' 이 이명박 정부 후반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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