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30년간 집권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된 이집트 반정부 시위로 수도 카이로에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달 31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야권과 대화의지를 밝히면서 진정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외국인 엑소더스= 엎친데덮친격으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칼을 빼들었다. 무디스는 31일 정치불안의 경제적 여파를 우려해 이집트 국가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무디스는 사태 향방에 따라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도 가능하다고 내비쳤다. 외국인 대탈출이 벌어지는 카이로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다. 이집트를 빠져나가려는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린데다 미국, 독일, 중국, 캐나다 등이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 귀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항 전광판은 도착지와 출발시간 없이 비행편명만 게시되고 있으며, 매점 식료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공항까지 오는 동안 19개의 검문소를 거치느라 일정이 지연돼 비행기를 놓치고 발길을 돌린 이도 있다. 다국적 기업과 해외영업을 주로하는 내국 기업들은 인터넷이 끊기면서 대부분 휴업 상태다.◇통행금지·사재기 등 카이로 혼란 지속= 반면 카이로 시내는 평소와 달리 한산하다. 정부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8시까지 통행금지를 지난달 27일 시작했고, 31일에는 오후3시부터로 확대했다. 시내 상점 대부분은 문을 닫았고, 교통체증으로 붐비던 도로도 차량이 띄엄띄엄하다. 주민들은 혼란 장기화에 대비해 생수·빵 등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다. 은행들이 문을 닫으면서 현금지급기에 현금이 떨어지자 주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과 문자메시지서비스는 지난달 28일 중단됐으며, 일부 지역은 휴대전화도 막혀 있다. 경찰이 거리에서 모습을 감춘 주말 동안 시내 수퍼마켓과 쇼핑몰, 호화주택에는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치안공백이 커지자 총·칼·곤봉으로 무장한 카이로 젊은이들이 자율방범대를 결성해 동네를 지키고, 교통정리에도 나서 차량털이 폭력배들을 몰아냈다. 경찰은 31일 시내 곳곳에 복귀하고 있다. ◇대화 천명, 정치 해법 모색= 무바라크 대통령은 사임 요구를 받아온 하비브 알 아들리 내무장관을 제외한 새 내각을 31일 발표하고, 야권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부통령으로 임명된 오마르 술레이만은 31일 방송 연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야권과 즉시 접촉해 개헌과 의회개혁을 포함,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에 관해 대화를 시작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출마 요건 완화 등 헌법개정은 무바라크 퇴진과 함께 야당의 주요 요구사항에 꼽힌다. 군부는 이날 '시위 진압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적 수단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 갈등 봉합에 나섰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사이 이집트 당국이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영국 일간 가디언,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은 사망자가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선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한편 최대 야당인 '무슬림형제단'은 협상을 거부하고 신임 내각 사퇴를 요구하며 무하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IAEA)을 구심점으로 과도 정부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경 기자 sky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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