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소장서적 독서열정 보며 나눠줘
박용만 (주)두산 회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서울 을지로 6가 두산타워에 입주한 두산그룹 직원들은 1년에 몇차례 사무실 복도에 진열된 책들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이는 박용만 ㈜두산 회장이 읽거나 가지고 있던 책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책 나눔'의 일환이다. 보고 싶은 책 표지에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받을 수 있는데, 한 권의 책에 스티커가 여러 장이 붙어있는 경우에는 책을 읽고 싶어하는 열의(?)를 따져본 후 적임자에게 준다.박 회장은 잘 알려진 독서광이다. 매달 서점에 들러 20~30권의 책을 구입한 후 집무실이나 집에 놓아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곤 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소개하는데 열정을 쏟을 정도. 짧은 소개 글과 함께 책 표지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려놓으면 조회수가 수천에서 1만건까지 올라갈 만큼 '북 코디'로 인기가 높다.그러다 보니 요즘 박 회장은 공짜(?)로 책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가 소개한 책들이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출판사들이 신간 서적이 나올 때마다 경쟁적으로 박 회장에게 보내고 있기 때문.처음에는 고마워서 받은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는 까닭에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책을 접하니 즐겁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서점에 가서 책을 사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더군다나 새내기들이나 읽어 봄직한 직장인 처세법과 같은 책들도 받는 해프닝도 비일비재한 실정이다.결국 박 회장이 트위터에 "올바른 직장생활과 같은 책 말고 재미있는 책을 보내주세요"라는 애교 섞인 글을 남긴 후 다소 걸러지긴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먼저 보내주는 책을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라 일주일만 지나면 집무실 한켠에는 받은 책들이 수북이 쌓이고, 비서진들도 책들을 관리하는 게 가외 일이 됐을 정도. 따라서 보내주신 분들의 성의에 보답하고, 책 정리도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직원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직원들도 회장님에게 받은 책을 읽은 뒤 다시 주변 동료 직원들과 돌려 읽는 사례가 많아 그룹 전반에 걸쳐 독서 문화를 키우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두산그룹 관계자는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박 회장의 경영관이 성립된 배경에는 방대한 독서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소개한 책들이 그룹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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