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모(55)씨는 1년전 저축은행 2곳에 분산 예치했던 1억원의 만기가 돌아오자 시중은행 예ㆍ적금 상품으로 갈아탔다. 매년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에 대해 재예치했지만 삼화저축은행 사태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잠실에 사는 최모(62) 할머니는 "10년 넘게 저축은행을 이용했지만 요즘처럼 불안한 때가 없었다"며 테헤란로 주변에 있는 4곳의 저축은행에서 3억5000만원을 인출했다고 했다.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저축은행 고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뱅크런(고객들이 예금을 동시에 인출하는 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뱅크런 "있다"=고액 예금자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예금인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첫 영업일인 17일 서울 삼성동 삼화저축은행 본사에는 고객 수십명이 몰렸다. 예금 인출을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주변의 다른 저축은행들에도 고객들이 몰렸다는 것. 문의 전화도 빗발쳤다. 강남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이날 하루 100억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보다 15% 가량 많은 금액이 인출된 대형 저축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런 "없다"=저축은행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은 아직 뱅크런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이 몰리고는 있지만 대부분 예금자보험 한도인 5000만원 이하로 예금을 쪼개는 것일 뿐 저축은행권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은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 인출된 고액 예금도 대부분 비교적 우량한 다른 저축은행으로 이동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번 저축은행 의 고금리를 경험한 고객은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예금 인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 사태를 보면 정부가 신속하게 매각 작업을 처리해 안정화 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며 "뱅크런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뱅크런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A저축은행장은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등 불안심리가 확산될 경우 영업에 지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5000만원 이상 예금액은 저축은행 총예금 잔액의 9.1%인 6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이 금액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저축은행 업계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광호 기자 kwang@<ⓒ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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