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레터]황철주 회장의 재임 용단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반도체·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가 지난주 '용단'(勇斷)을 내렸습니다.올해 2월 임기가 끝나는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을 다시 한번 맡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황 대표의 결정을 두고 용기있다고 평할 수 있는 건 현재 그가 이끄는 회사 상황은 물론 벤처기업협회장직의 특수성 때문입니다.황 회장은 지난해 2월 전임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구원투수격으로 회장직에 올랐습니다. 애초 그는 1년 임기만 채우겠다며 연임제의를 고사했습니다. 몸이 두 세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회사일이 바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황 회장이 이끄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황 회장 개인적으로도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한 건강문제 때문에 벤처협회장을 맡기 힘들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한 달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 주성엔지니어링의 직원들조차 사장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 지인은 "황 회장이 최근 이가 빠질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회장직 연임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습니다.회사일과 함께 벤처업계가 성장하는 데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황 회장이 있던 지난 1년간 벤처업계는 '제2의 붐'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습니다. 협회 회원수는 역대 최대인 9000개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6월에는 한 달에만 신규 벤처기업이 1000개가 넘게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이 주도했던 벤처7일장터, 멘토링 프로그램 등은 그간 소통이 부족했던 벤처업계에 큰 활력이 됐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회사업무뿐만 아니라 협회 일도 적극 챙기던 황 회장은 이번에 전임 회장단으로 구성된 협회장 추대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됐습니다. 부회장을 역임중인 한 업체 대표는 "자신의 회사는 물론 업계까지 두루 살펴온 황 회장에 대한 신망이 두터워 대신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다른 경제단체와 마찬가지로 벤처기업협회 회장 역시 '무보수 봉사직' 성격이 짙습니다. 오히려 회원사 자격으로 돈을 내면서 일은 일대로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대신 목소리를 내줘야하기 때문에 일도 많습니다.협회 규모는 다르지만 국내 최대 경제단체라는 곳에서 새 회장을 선출하는 데 난항을 겪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황 회장의 용단에 박수를 보냅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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