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을 말한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이 이처럼 빨리 미국과 함께 G2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10년안에 미국 경제 규모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대국(大國)이 되어 버렸다. 중국의 부상은 현실이고, 이같은 인식을 토대로 전세계의 이목은 이제 앞으로 중국이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과연 중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해 주변국들에 군림할지, 갑작스런 민주화의 물결에 휩싸이면서 사회불안이 초래될지, 한반도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지 등등.13일 휴넷이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신문이 후원한 '중국의 내일을 묻다'란 주제의 특강에서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중국의 미래를 두고 중국 석학들과 벌였던 치열한 토론을 전달하면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끄집어 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전략은 무엇일까? 아직도 힘을 모으기 위해 힘을 감추는 것일까(도광양회) 아니면 그동안 축적한 힘을 토대로 세계 속에서 우뚝 일어날 까(대국굴기). 문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눗셈과 곱셈의 패러독스’를 제시했다. 중국 석학 정비젠 전 중앙당교 학술위원회 주임이 해준 이야기라고 했다. “중국이 아무리 성장을 해도 12억으로 나누면 보잘 것 없다.(÷) 또 중국인들에게 사회보장을 한다면 해야 할 게 얼마나 많겠느냐.(×) 이 곱하기와 나누기의 셈법을 알면 중국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절대빈곤선 이하 국민들의 민생과 양극화 문제 만큼 중요한 게 없고, 이 문제들은 현재 중국의 모든 역량을 다해야만 하는 엄청난 일이라는 것이다.이와는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국내 갈등 보다는 대외적인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학자는 옌쉐퉁. 그는 ‘세력전이론’을 주장하며 중국이 자신에 걸맞는 국제적 지위를 갖지 못하면 '부상하는 중국'과 '정체에 빠진 미국' 사이에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이 약하게 나가면 중국을 포위하려는 위협을 초래한다며 충분한 힘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한다.이와 관련 문 교수는 “중국의 대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큰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힘을 키우는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는 듯 했다.그는 강연 중에 “미국이 만든 GATT, 브레튼우즈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기 때문에 지금의 금융·통화 질서를 깰 생각이 없는듯 하다”거나 “중국이 G2가 된 것은 우연이다.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힘들었다. 중국이 아직 세계 지도국가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며 중국 위협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의 민주화와 관련해 문 교수는 “천안문의 주역이었던 젊은 세대가 지금 중국의 지도층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들의 민주화 열망을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관리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과 정치성숙은 같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시민사회의 뿌리가 되는 중산층이 폭넓게 등장하면서 중국도 언젠가는 민주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공안이나 비밀경찰을 통해 민주화의 대세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정적 관리 속에서 정치 사회의 민주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최근 일련의 한-중 갈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하면서도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제시했던 데 반해 현정부는 한미동맹의 복원만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을 배제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중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장기적으로 공동의 적을 가정하는 동맹보다는 동북아 전체적으로 다자간 안보질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강연 끝 무렵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는 한 청중의 질문에 그는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도, 전쟁도 원치 않는다”고 답변한 뒤 그러나 그가 만난 대부분의 중국석학들은 “남북간의 합의에 의한 통일을 중국이 어떻게 반대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더 나아가 통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일대의 평화를 위해서는 편가르기식 접근을 넘어서는 협력과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말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사진 = 안영준 기자 linus7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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