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이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정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선 데 이어 여당인 한나라당마저도 정동기 감사원장 카드를 포기하면서 정국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혼란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여론악화에 고심하던 한나라당, 결국 자진사퇴 촉구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격 논란과 관련, "주말 많은 여론수렴을 통해 국민의 뜻을 알아본 결과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최고위원 전원의 의견이 수렴됐다"며 "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이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안형환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그동안 한나라당은 공직후보자들의 정책능력과 도덕성을 철저히 따지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정치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고액급여가 현행법상 문제는 없어도 '법보다 무섭다'는 국민정서를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 일각에서도 이미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개혁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 역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는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불거지면서 여론악화를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19~20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까지 야당의 추가 의혹 제기가 이어질 경우 과연 정 후보자가 정치적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 비관론도 팽배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잘못된 정부 인사와 정책을 보다 냉철하고 치열하게 바로잡고 바꿔야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한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野, 정동기 지명철회 총공세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민주당은 정 후보자에 대한 백화점식 의혹을 제기하며 칼끝을 정조준했다. 특히 정 후보자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은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정 후보자가 감사원장직에 적합한 지와 지난 2007년 대검 차장 퇴임 이후 법무법인에 취직해 월평균 1억원의 고액급여를 받은 점을 부각시키며 공세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 재직 시절에는 월급이 2배로 올랐다는 점과 부동산 투기의혹까지 제기하며 고위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10일 정 후보자와 관련, "법무법인 '바른'에서 퇴직한 이후인 2008년 7월에 돈을 수수했는데, 이미 현직인 민정수석에 있던 시기로 공직윤리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전날 민주당 청문위원 명의의 보도자료에서도 "2007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4년간 정 후보자의 예금 7억1000만원 중 1억9000만원의 출처는 불분명하다"며 "정 후보자는 재테크의 귀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스폰서 공직자인지를 스스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한 한나라당 청문위원 7명 중 검찰 출신 또는 정 후보자의 고교·대학 선후배가 모두 5명이라며 여권의 봐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춘석 대변인은 "한나라당 청문위의 구성을 보면 전관예우로 모자라 검찰 전관들로 구성해 그야말로 전관을 예우하는 청문회를 하는 것"이라며 청문위원 교체도 촉구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자유선진당도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이회창 대표는 10일 정 후보자와 관련, "감사원장으로 부적절하다. 지명을 철회하고 다른 적격자를 물색할 것을 권한다"고 주장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국민들의 높아진 도덕성 원칙과 여권의 인사검증 기준과의 간극이 컸다"며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관여 여부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민들의 반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도 공정사회를 강조한 현 정부 집권 후반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곤 기자 skze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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