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새투자포인트 'SRI'
"우리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삶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돈을 얻는 것이다." - 존 웨슬리 18세기 영국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신도들에게 '돈을 사용함에 있어서 도덕적으로 집행하라'며 만인에게 떳떳한 윤리 투자의 중요성을 일갈했다. 그로부터 3세기가 지난 현재, 인류는 자본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이 얼마나 큰 댓가를 요구하는 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업 재무제표 분석과 함께 사회환경적 요소까지 고려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ing, SRI)'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부(富)의 창출 개념이 재정의 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SRI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자산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기부 문화가 나눔 재테크로 확산되면서 이른바 '굿 머니(Good Money)'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재무설계가 자산관리의 빅 아이템으로 자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흐름이다. 깨끗한 부를 창출하는 프로세스, 굿 머니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녹색경영·사회공헌 평가 기업투자 결정- SRI지수 국내외 시장 평균수익률 초과- 하락장에도 안전한 투자 트렌드로 부상
전세계 주요국가 SRI규모 [출처 : EuroSIF ]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인 ISO26000 시대가 열리면서 '윤리도 투자경쟁력'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착한기업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투자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착한 곳에 투자했을 때 착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국내에 도입된 지 2년 된 사회책임투자(SRI) 지수는 시장 평균치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메리트에 더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른바 '착한 투자'와 노후 대비를 양립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늘리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RI, 선진국은 보편화된 재테크=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자원칙에 가치와 윤리신념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도덕적이고 투명한 기업, 환경친화적인 기업에는 투자하지만 비도덕적이고 환경파괴를 일삼는 기업에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오염 기업이나 핵무기 관련기업 등과 같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의 주식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투자를 함으로써 사회 해악적 기업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책임투자(SRI)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SRI펀드가 보편화돼 있다. 실제로 글로벌 SRI 투자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가입 자산규모는 지난해 7월 현재 전년 동기 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22조 달러에 달했다. 참여 기관도 같은 기간 동안 557개에서 784개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대표 연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CallRERS),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이 주관한 연례총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국내 투자자들도 최근들어 착한기업으로 인식되는 기업의 가치를 더 높게 산다는 조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제 사회책임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레온 카리 영국 헤르메스 펀드 부대표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 10월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와 함께 개최한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사회책임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심포지엄에서 "최근 기업의 녹색경영, 사회공헌 등 사회적책임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로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한국의 기업과 기관들이 사회책임투자 펀드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 내에서도 사회적책임을 이행하려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착한 기업의 투자의 맥인가=투자의사결정 과정에 사회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 가치를 만들어낼까. 해답은 '비용 절감'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적 투자의 기본 원칙들이 실현되면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다른 비용들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깨끗한 환경은 사람들이 건강유지에 들여야 하는 비용을 줄여주고, 기업들이 무기산업에서 손을 떼게 하면 광신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무기의 양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더욱 간단명료한 이유는 '수익률'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토대로 만들어낸 지수들이 훌륭한 수익률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이 좋다면 투자자들이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금융시장이 생긴 이래 훌륭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기업의 실적전망과 사업관행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조사과정을 통해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이다. 이를 평가하고 투자하기 위한 지수도 줄지어 나왔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도미니사회지수400(Domini400), 영국 사회책임경영 투자지수인 FTSE4Good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지수들은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 사회적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서 투자성과가 나빠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Domini400의 처음 10년간의 실적을 보면, 오히려 사회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더 나은 투자성과를 거뒀다. 1990년 5월1일~ 2000년 4월30일까지 연평균 상승률이 도미니 사회지수는 20.83%였던 데 비해 S&P500지수는 18.7%에 그쳤다. 2005년 11월22일을 지수 1000으로 환산해 계산했을 때에도, 다우지수는 836.75를 기록한 반면 Domini400지수는 856.83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SRI 투자, 시장 수익률 초과=국내 지수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하는 SRI지수(사회책임투자지수)는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SRI지수는 기준일인 지난 2009년 1월2일의 1000pt 대비 73.52% 상승한 1735.17pt를 실현하고 있다. SRI지수는 KOSPI200과 유사하게 움직이는데, 올해 지수는 KOSPI200 대비 8.36%의 초과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국내 SRI지수를 추종해 수익을 추구하는 KTB GREAT SRI 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운용을 맡고 있는 반명환 매니저는 "KOSPI200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기간에도 SRI지수는 상대적으로 덜 빠졌다는 것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며 "하락장에서도 강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SRI지수의 수익률이 좋고, 매니저들도 사회책임투자가 건실한 투자방식이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SRI지수의 향후 전망도 밝다. 전영길 기업지배구조센터 부위원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사회책임투자가 옵션이 아닌, 하나의 중요한 투자포인트로 자리잡았다"며 "향후 외국인 투자가능성 등을 생각해봤을 때 SRI지수에 투자하는 것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애널리스트도 "앞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 투자할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요구할 수 있다"며 "국제무역을 할 때에도 사회적 책임 이행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어 사회적책임투자의 미래를 좋게 본다"고 전했다. 결국 사회책임투자는 당장 내일을 내다보기보다는 10년후, 20년후를 생각했을 때 더욱 매력적인 투자라는 것이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를 생각해봤을 때, 누가 이겼는지를 생각해보면 당신은 어느 쪽에 투자해야하는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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