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베일 벗은 ‘드림하이.’ 우려는 그대로 드러났다. 도마 위에 오른 연기력 논란. 화살이 집중된 건 주인공 혜미 역을 맡은 배수지다. 연기의 기본인 대사 소화는 물론 감정 절제, 표정, 동선, 상대 배우와 호흡 등에서 모두 미숙함을 보였다. 정극 주인공다운 면모는 없었다. 그저 초보 연기자에 불과했다. 제작진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달 27일 제작발표회에서 이응복 감독은 “바쁜 일정으로 오디션을 짧게 자주 보았다”며 “매번 발전하는 모습에서 배수지의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대 이상이고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가능성만을 확인한 오디션 결과는 비참했다. 주인공인 고혜미는 풍부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인물이다. 조수미와 같은 성악가를 꿈꾸지만 집안 몰락을 계기로 새 음악세계를 접한다. 캐릭터는 사춘기까지 맞는다.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 표현은 필수불가결이었다. 애초 배수지는 중책을 맡을 그릇이 되지 못했다. 기본 역량부터 부실했다. 3일과 4일 방송분서 연기는 스스로 해석한대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급급했다. 대사 전달력도 학원연기 기초반 수준에 불과했다. 대본에 적힌 대사를 읽으면서 그저 상황에 따른 감정을 밀어붙이는데 급급했다.A아카데미 연기지도교사 B씨는 “수업을 집중해서 3개월만 배웠어도 범하지 않을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다”며 “연기 소양이 의심된다”고 평했다. 이어 “캐릭터가 가진 많은 매력을 단 하나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3곳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강사 C씨는 이응복 감독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연기 초보자를 발탁하며 감독은 분명 기대한 바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것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당초 제작진이 기대한 건 경험이었다. ‘드림하이’는 출신, 배경이 다른 아이들이 예술 사관학교 기린예고에 입학,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발표회 당시 제작진 한 관계자는 “경험보다 더 소중한 연기 경험은 없다”며 “가수 출신 초보 연기자들이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생각하고 연기에 임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드라마서 처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배용준도 “리얼리티를 통해 진정성을 넣을 것”이라며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연기를 맡긴 건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출연배우들이 배역을 소화하며 닮은 점을 발견할 여지가 크다 내다본 셈이다. 하지만 무리수였다. 가장 기본인 연기를 간과했다. 추후 보일 다양한 퍼포먼스와 노래도 덜어낼 수 없는 문제다. 가수 출신 배우들은 극에 몰두하기 어려운 악재에까지 시달린다. 음악 무대는 물론 각종 예능, 라디오 등의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정상 컨디션에서의 연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방송관계자 D씨는 “실시간으로 제작되는 열악한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도 연기력 논란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라고 손꼽기도 했다. 드라마는 가수 출신들의 강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3일 방송된 오디션 장면서 고혜미와 윤백희(함은정 분)가 부른 ‘거위의 꿈’은 립싱크로 처리됐다. 그 키는 낮기까지 했다. 극 중 촉망받는 성악가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제작진은 4일 공개된 아이유의 노래마저도 후시녹음으로 메웠다. 오디션 특유의 긴장감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방송관계자 E씨는 “왜 제작진이 가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택했는지 모르겠다”며 “경험 등에 기대겠다던 기존 포부는 결국 낙하산 캐스팅을 지우기 위한 변명이었다”고 비판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수지, 옥택연, 장우영 등은 모두 제작을 맡은 JYP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가수들이다. 강사 C씨는 “연기, 노래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한 치졸한 배우 섭외”라고 혹평을 내놓았다. 그는 “아직 2회만을 공개했지만, 그 내용물은 2009년 영화 ‘페임’의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획사 가수들의 학예회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드림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드라마로 진출하는 가수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어느덧 연예계 트렌드가 됐다. 적지 않은 방송관계자들은 이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관계자 E씨는 “정통으로 연기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방송국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추후 이는 국내 영화, 드라마의 질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예계 문을 두들기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이 일부 엔터테인먼트의 포장된 횡포에 놀아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B강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떨어지는 연기력의 가수 출신 배우들은 연기만을 열심히 갈고 닦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그들의 학예회 수준 연기에 많은 친구들은 오늘도 한숨을 짓고 있다”고 걱정했다. 배수지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는 듯 보인다. 3일 방송과 함께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자 “이제 막 연기에 첫 발을 들였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변명을 내놓았다. 연기연습 과정을 지켜봐달라는 안하무인 자세. 전파 낭비에 대한 책임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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