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1988년생인 김혜성의 올해 목표는 군에 입대하는 것이다. 아직 입대영장도 나오지 않았지만 김혜성은 무조건 올해 입대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평범한 20대 청년이라면 결코 이른 나이는 아니지만 한참 경력을 쌓아가야 할 배우에게는 고민되는 시기인 것도 사실이다. "주위에서도 대부분 일찍 다녀오라고 해요. 늦게 가는 게 어떠냐는 분도 있는데 저는 지금이 적기인 것 같아요. 갔다 오면 20대 중후반인데 지금보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더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요. 고생도 많이 해야겠죠."김혜성이 군입대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는 착하고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이다. 20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글러브'에서도 그는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글러브'는 청각장애 고교 야구부의 고군분투를 그린 스포츠 감동 드라마로 김혜성은 야구부 주장이자 포수 역을 맡았다. "어려 보이는 외모가 어렸을 땐 싫었어요. 또래 친구들은 나이에 맞게 성인 연기를 하는데 저만 늘 해왔던 학생 역할을 또 하니까요. 어느 순간엔 힘들더라고요. 항상 주위에서 비교하는 것도 저를 힘들게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어요. 외적인 부분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오히려 제가 얻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글러브'는 김혜성이 학생 캐릭터 안에서 '얻는 부분'이 분명한 작품이다. 늘 '동생' '막내' 캐릭터를 해왔던 그는 이번에 야구부 주장을 맡아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주장이고 포수 역할이라 책임감이 강한 캐릭터입니다. 엄격할 땐 엄격하고 감쌀 땐 잘 감싸면서 팀을 이끌어가는 인물이죠. 반면 이성 앞에서는 내성적이면서 감정 표현도 잘 못하는 친구예요. 늘 막내였는데 이번 작품 하면서 형이 돼버렸어요. 실제로 야구부원으로 나오는 배우들 중에서도 너댓번째로 나이가 많았죠. 영화 외적으로도 연기 데뷔하는 친구들을 조금씩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습니다."
김혜성은 매니저도 동반하지 않고 촬영장에 가서 합숙하면서 영화 안팎으로 팀을 이끌며 연기에 매진했다. 청각장애 고교 야구부라는 설정 때문에 오전에는 야구를 배웠고 오후에는 수화를 연습했다. 준비 과정도 힘들었고 실제 촬영도 힘들었다. 그는 "스포츠 영화가 제일 힘든 것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늘 가족과 함께 있거나 매니저가 옆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떨어져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유명한 걸 티낸다'는 오해도 샀죠. 나중엔 다들 친해지고 저를 이해해줘서 고마웠습니다."김혜성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부침을 겪었다. 2005년 영화 '제니, 주노'의 주연으로 데뷔해 조연을 거쳐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다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연기 안팎으로 힘든 일을 겪으며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시작으로 또 다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어릴 땐 하라는 대로만 했어요.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거침없이 하이킥' 때였던 것 같아요. 인물에 동화돼서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뭔가가 가슴을 치는 것이 느껴지죠. '이 맛에 연기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예전엔 가수 활동이나 예능 출연을 제안받기도 했는데 저는 연기가 좋아요. '글러브' 찍으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힘들어도 '한번 더 해볼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김혜성은 짧은 연기 활동 중에 많은 것을 느끼며 자신만의 길을 찾은 듯했다. 또래 배우와 비교당하며 자괴감에 빠졌던 그는 성장통을 겪으며 "인기 있는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군입대를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혜성은 배우 인생 2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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