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삼성 선동열 감독이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삼성 구단은 30일 “선동열 감독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류중일 1군 작전코치를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내년으로 출범 30년째를 맞아 구단의 모습을 일신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금년 12월 사장과 단장을 교체했다”며 “이번에 감독까지 용퇴를 결정하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3일 야구인 출신으로 처음 프로야구단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던 김응용 대신 삼성 SDS 김인 사장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8일에는 김재하 단장 대신 송상봉 부단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11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 부흥기를 일궈냈던 인사들이 한꺼번에 퇴단하게 된 셈이다. 세 야구인은 그간 삼성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다. 특히 선동열 감독은 2005년 선임과 동시에 삼성을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감독 첫 해 이 같은 업적을 남긴 건 그가 유일하다. ‘스타 출신은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넘어선 결과에 기쁨은 더 컸다.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6년 구단에 한 번 더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2007년과 2008년에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지도자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비결은 지키는 야구에 있었다. 국보급 투수답게 투수진의 전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불펜진에 큰 힘을 불어넣어 상대 반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 오승환, 안지만, 윤성환, 권혁, 권오준 등은 그 빛나는 주역들이다.
김재하 전 단장과 김응룡 전 사장은 찬란한 영광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선동열 감독의 야구에 힘을 보태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응룡 전 사장은 선동열 감독에게 그만의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구단 내 분위기를 마련해줬다. 앞서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프런트와 모래알 팀워크를 타파했고 감독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CEO에 오른 뒤에도 이는 마찬가지. 감독 권한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으며 믿고 존중해줬다. ‘그림자 행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이 때문이었다. 김재하 전 단장 역시 끝없는 믿음으로 선동열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는 삼성 부흥기를 이끈 초기 설계자다. 2년의 구애와 5년 장기계약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김응룡 감독을 삼성 구단에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선동열 감독에게 보장한 조건 역시 5년이었다. 전력 강화를 위해 그는 각 팀의 간판선수들도 잇따라 영입하기도 했다. 심정수, 박진만, 박종호, 마해영, 김기태, 김동수, 노장진, 장원삼 등은 모두 제 몫을 해내며 구단의 우승에 일조했다.이 같은 황금기는 올해 역시 계속되는 듯했다.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부터 강행한 팀 재건 과정서 이뤄낸 결과였기에 기록은 더 값졌다. 만년 기대주였던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등은 팀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서 삼성은 SK에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리빌딩 후유증도 겪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양준혁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진만도 고향인 인천을 연고지로 둔 SK로 둥지를 옮겼다. 이내 새 바람은 프런트로까지 넘어왔다. 삼성 부흥기를 이끈 세 주역의 퇴단으로 이어졌다.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들과 삼성 구단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신설된 보직 구단 운영위원을 맡아 쇄신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려해 삼성 구단은 “선 감독이 경험과 역량을 십분 발휘,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는데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응룡 전 사장도 고문으로 임명, 앞으로 야구 저변확대와 발전에 밑거름 역할을 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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