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도 주택건설정책의 청사진을 밝혔다. 중소형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소형주택 저소득층 우선 입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대규모 택지 분할 분양 허용 등이 주요 골자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적극 지원하면서 민간 주택시장도 살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서민주거안정 측면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다. 정부는 내년에 중소형 보금자리주택 21만가구를 짓기로 했다. 서민들의 소형주택 수요 증가와 전세난 등을 감안할 때 과다한 물량은 아니다. 하지만 공급 능력에 의문이 든다. 정부는 올해도 18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적은 6만여가구에 못 미친다. 민간 건설업계의 반발로 공급 물량과 시기를 조절한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러나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막대한 부채와 미분양 물량(미임대 포함) 등으로 인한 재원 부족으로 힘에 부친 결과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년에 LH가 맡게 될 공급량은 21만가구 가운데 80% 가량인 17만가구다. 하지만 LH의 유동성 문제 등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 물량은 연간 10만가구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LH의 물량 일부를 SH공사 등 지방 공기업에 넘기고 중형 보금자리주택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LH의 공사채 등으로 조달했던 사업비를 프로젝트 단위로 나눠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등 시중 유동자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주택시장도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나 민간 자본이 얼마나 참여할지 미지수다. 탁상 정책이 아닌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보다 정교한 실행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민간 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대규모 단지 분할 분양 허용, 미분양 주택 매입 수도권 확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 증액 등 민간 건설 활성화 대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구조조정이 늦춰지거나 자칫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집값 안정과 민간 건설 부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균형추를 제대로 잘 잡아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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