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6명 외국인 찾아와 '외국인 와도 민원발급 걱정 없어요...'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 중구청 민원봉사과에서 가족관계등록신고를 담당했던 최정순씨는 올 8월 아주 잊을 수 없는 한 남자를 만났다. 바로 어릴 때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A씨였다.그는 어머니가 중병에 걸리자 어머니 형제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 그가 아는 것은 어머니 형제 이름과 큰 외삼촌이 수원에서 목사님으로 있다는 것뿐. 여러 관공서를 갔지만 한국말이 서툰 그는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그가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은 중구청 민원봉사과였다. A씨가 만난 사람이 바로 최씨다. 영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최씨와 비로소 이야기가 통한 A씨였으나 이름만으로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에 울먹였다. 다음날이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런 A씨의 애달픈 사연을 듣고 최씨는 A씨 큰 외삼촌 이름으로 수원의 모든 구를 검색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A씨 어머니와 비슷한 연대의 사람을 찾아냈고 그 사람 가족관계까지 조회해 그 사람 여동생 이름이 A씨 어머니와 일치한 것을 발견했다.가족관계증명서를 A씨에게 보여주자 A씨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큰 외삼촌의 연락처를 알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것은 본인의 위임이 있어야만 가능해 최씨는 망설였지만 상사들과 상의해 큰 외삼촌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갑작스레 연락을 받은 큰 외삼촌은 무척 놀랐지만 동생이 위중하다는 말에 조카에게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고 동의했다. 최씨는 A씨에게 큰 외삼촌의 연락처와 수원 주소를 알려주고, 중구청부터 수원까지 가는 방법을 프린트해서 안내해 드렸다.최씨의 이런 경험은 지난 12월2일 열린 '중구 민원행정혁신수범사례'에서 발표돼 최우수상을 받았다.이렇듯 중구가 민원실에 설치한 외국인전용창구가 외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외국인전용창구는 지난 해 2월 기존 민원업무에다 세무ㆍ토지ㆍ위생민원을 합친 통합민원실로 개편하면서 마련됐다.이 창구에서는 ▲외국인등록 사실증명 ▲외국인 인감등록 ▲체류지변경(전입신고) 등 외국인 관련 업무는 물론 외국인이 오면 해당 민원창구와 연계해 각종 민원을 즉시 처리해 주고 있다.종전에는 외국인 전담 창구가 없어 외국인들이 창구마다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지난 해 2월 이 창구를 개설한 후 올 10월말까지 이 곳을 다녀간 외국인이 신청한 민원은 모두 4761건(2009년 3828건, 2010년 933건). 하루 평균 16건 정도다. 주로 조선족들이 많고, 러시아ㆍ몽골 사람들도 꽤 많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면서 베트남ㆍ캄보디아 출신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민원 종류도 외국인과의 결혼이 활발한 것을 반영하듯 혼인신고가 주로 많다. 때로는 음식점 영업신고를 하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외국인이 다양한 만큼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을때도 있다. 그럴때면 외국에서 살다 온 공익근무요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또 특수어를 전공한 다른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박형상 중구청장은 “중구에는 모두 8385명의 외국인등록자가 있고 동대문패션타운이나 남대문시장 등에서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다”면서 “다문화가정도 늘어나는서 외국인들이 구청을 자주 찾는데 이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다양한 외국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최정순씨는 A씨에게 도움을 주면서 아주 큰 경험을 했다. A씨가 너무 고마운 마음에 몇 번씩 인사를 하다 순식간에 아메리칸스타일로 최씨를 와락 끌어안은 것. 너무 당황했던 최씨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자연스럽게 A씨를 배웅했다.하지만 최씨는 그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좋은 나이에 연애도 못하고 접수 창구에 앉아 매일 혼인신고 하러 오는 닭살 커플들만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다가 미국에서 온 훤칠한 훈남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덕분에 최씨는 그동안 민원업무를 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싹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단다.그리고 그런 최씨에게 발표회에 모인 직원들이 큰 박수를 보내 주었다.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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