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다시 2000이다. 박스권 하단의 지지력을 시험할 때란 전망이 주류를 형성하던 게 불과 1주일전이었다. 1900과 1950의 차이일까. 1900까지 밀릴 때는 최악의 경우, 1800선 붕괴까지 나오던 시나리오가 1950선을 회복하자 2000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때마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타결됐다. 굴욕 협상이니, 준 것밖에 없다느니 하는 야당측 공세가 있지만 증시쪽 반응은 긍정적이다. 가장 많은 양보를 했다는 자동차도 이번 FTA로 수혜를 보면 봤지 손해볼 건 별로 없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다. 수급도 나쁘지 않다. 연평도 포격이라는 메가톤급 충격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받은 건 연기금 등 국내 기관이다. 우려했던 외국인들의 이탈도 없었다. 외국인들은 연평도 포격 이후 오히려 4700억원을 순매수했다. 미국 장이 경기회복 기대감에 유럽위기 우려 감소를 등에 업고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야말로 3년여만의 2000 재돌파 분위기에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연말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들의 '윈도 드레싱' 가능성, 배당에 대한 기대감, 악재가 나오는 가운데도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유지 등 2000 돌파를 위한 재료들도 충분해 보인다. 지난 주말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단숨에 2만원 이상 높여버린 삼성전자처럼 외국인과 기관이 경쟁적으로 사다보면 지수는 예상외로 급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00대 후반이면 쏟아지는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유럽문제 등은 2000 돌파의 걸림돌이다. 올 하반기 주도주였던 자동차, 조선 등이 중국의 긴축 우려로 주춤하고 있는 것도 지수 상승폭을 제한시킨다. 지난 3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마치 코스닥 중소형주처럼 폭등했지만 지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IT로만 지수 상승을 이끌기는 무리란 걸 보여준 날이었다. IT를 비롯한 코스피 종목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여전히 하향추세란 점도 부담이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전종목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8월까지만 해도 최대 22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가 11월말에는 21조3000억원, 최근에는 20조8000억원으로 낮아졌다. 최근 하향조정의 주범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본재 업종 등이었다. 최근 가장 잘 나가고 있는 IT업종이 여전히 실적 하향추세의 주인공이란 얘기다. 최근 급등으로 가뜩이나 가격부담을 느낄 수 있는 판에 이같은 예측치는 결코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상승 분위기를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지수 2000 돌파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연내 돌파냐, 내년이냐에 대해 이견이 있을 뿐이다. 상승추세에 있는 장이라도 쉬지 않고 오르는 주식은 없다.(일부 기세 상한가를 행진을 하는 종목도 있지만 극소수다.) 지수도 마찬가지다. 상승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단기 조정을 노리면 된다. 원하는 주식을 더 싼값에 살 수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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