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황용희 연예패트롤]공영방송 KBS가 자랑하는 주말 밤 대하사극이 낮은 시청률 속에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근초고왕'의 21일 시청률은 9.8%로 20일 방송분인 8%에 비해서는 다소 뛰었으나 14일 방송분인 10.1%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이 드라마는 앞으로 10%이하의 시청률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KBS 1TV 대하사극 '근초고왕'(극본 정성희ㆍ연출 윤창범)은 방송초기엔 시청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대하 사극에 대해 남다른 재주가 있는 KBS가 2년여에 걸쳐 야심차게 기획한 '삼국시대 영웅 군주 3부작'중 그 첫번째라는 점과 백제의 역사를 조망한 첫 대하 사극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 '왕의 남자'에서 큰 화제가 됐던 감우성이 주연 배우를 맡은 점으로 인해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실제로 6일 첫 방송된 '근초고왕'은 웅장한 스케일의 연출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였고 시청자들 역시 "대작의 느낌이 난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시청률은 정체현상을 보였다.중년의 남성 시청자들 외에 더 이상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 이들 외에 시청자들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는 타방송사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원-현빈 등 청춘스타들이 나선 SBS '시크릿가든'이 젊은 시청자들을 집중 공략하고 나설 때, 이미숙-강민경을 앞세운 MBC '욕망의 불꽃'은 주로 중년여성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쿨한 하지원-현빈 조합과 '막장'에 살짝 기댄 스토리의 힘을 앞세운 두 드라마의 파상공세에 '근초고왕'은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특히 드라마틱한 전개 과정이 생략된 '근초고왕'은 그저 영웅놀음에만 안주하며 강력한 캐릭터 설정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저 영웅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시기와 질시에 헤어나질 못하고 있고, 공주인 부여화(김지수)와의 사랑 놀음도 트렌디사극의 참신함을 찾지 못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시작 전에 등장한 김지수의 음주운전 사건은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없이 그냥 시청률 상승에 덫으로만 작용했다. 정치적 인물이 권력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의 특성상 정치지도자 캐릭터의 도덕성과 카리스마는 드라마의 생명인 것. 하지만 아직도 기회는 있다.지지부진하는 스토리를 잘 가다듬고, 빠른 전개의 스펙타클한 장면들을 잘 편집할 경우 드라마 시청률도 다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인공인 감우성-김지수의 멜로라인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처방일 수 있다.최근 2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대물'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으나 드라마의 캐릭터들을 다시 다잡고 주인공들 간의 멜로 라인을 강화하면서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KBS1 '근초고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지속적으로 펼쳐가는 노련함과 밀어붙이는 힘이 없다면 언제든지 '고난의 행보'를 밟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스포츠투데이 황용희 기자 hee21@<ⓒ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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