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팀,5년만에 세계 최대 원자력기업에 승소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국내 원자력 연구진이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핵연료 피복관 관련 원천기술을 놓고 5년 넘게 벌인 국제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핵연료 피복관은 우라늄 핵연료를 감싸고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아주는 1차 방호벽이자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핵심부품 중 하나다. 그러나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이 선진국 일부 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술진의 승소는 한국의 원자력 관련, 기술력을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국제사회가 공인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7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에 따르면 유럽특허청(EPO)은 최근 원자력연구소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 정용환 박사 팀이 자체 개발한 지르코늄 합금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HANA) 피복관' 관련 유럽특허에 대해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프랑스 아레바(AREVA)가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에서 "특허가 유효하다"며 정 팀장에게 승소 판결했다.
EPO는 '하나피복관'의 특허를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원자력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하나피복관의 모습.
핵연료 피복관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봉을 감싸는 금속 파이프. 피복관 소재는 부식저항성(내식성)과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고압에 견디는 내열성이 강한 지르코늄 98%와 2%의 다른 금속 조합으로 만드는 데 제조사들은 이 합금조합법을 절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정 박사팀은 1997년 연구에 착수, 700여 종의 후보 합금을 연구해 기존 피복관 재료와 차별화되는 신합금 조성을 찾아냈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2002년 기존 피복관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 '하나 피복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정 박사팀은 '하나 피복관'에 대해 국내와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에 30여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001년부터는 피복관과 제조공정을 결합한 종합본 특허를 한국, 미국, 일본, 중국에 출원해 특허권 확보를 마쳤다. 정 박사팀은 지난 2004년 EPO에 '하나 피복관' 관련 유럽특허를 등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8월 아레바가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원자력연 관계자는 "특허가 유효한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면서 "아레바 사가 정 박사팀의 핵연료 피복관 기술이 전혀 새롭지 않고 진보된 기술도 아니라고 문제삼았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국내 특허 전문가와 유럽 현지 법무법인의 조언을 받아 특허 유효성을 놓고 아레바와 5년간 공방을 벌였다. 아레바가 4차까지 이의 신청을 거듭하는 동안 동원한 증빙 문서의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결국 EPO는 11월 초 독일 뮌헨으로 양측 관계자를 불러 구두심리를 벌인 뒤 "아레바측의 무효 신청은 법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근거가 없다"는 최종 평결을 내려 원자력연의 손을 들어줬다.
승소 후 유럽 소송대리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정용환 박사(우측).
원자력연측은 "'하나 피복관'의 성능을 가늠하는 부식서저항성이 외국산 제품보다 40% 이상 성능이 뛰어나다"면서 "오는 2016년부터 국내 원전에 상용화되면 연간 5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명승 원자력원장은 "원자력 세계 최고 기업인 아레바가 특허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우리가 개발한 원천기술 가치가 그만큼 높단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이번 승소를 통해 국제 공인기관으로부터 신기술을 인증받은 만큼 '하나 피복관'의 빠른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연구원은 한전원자력연료 등과 공동으로 '하나피복관'을 입힌 핵연료 30개를 영광 원전 1호기에 장전, 5년간 상용 연소시험을 진행중이다. 김수진 기자 sjkim@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핵연료 피복관 관련 원천기술을 놓고 5년 넘게 벌여 온 국제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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