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양 신도시 '입주 폭탄 여전'..아직은 상승 체감 어려워

<'집값 바닥론' 주택시장 현주소>_경기 북서부 고양·파주 직접 가보니..

고양 일산은 입주물량 영향으로 매매가 하락폭이 컸지만 신도시 거주자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아 호가차이가 벌어지는 특징도 있다. 사진은 일산 장항동 호수마을 인근으로 주말을 맞은 주민들이 사이클링을 즐기는 모습이다.

파주 역시 입주물량이 몰려 매매가 하락폭이 컸지만 최근 다시 중소형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파주 교하신도시 A11블록의 D아파트 인근으로 6월 입주후 아직 공사현장, 늘어진 전기줄 등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경기가 풀려 월급도 오르고 해야 시장이 살아나겠죠. 지금은 거래도 없고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하락할 거라는 기대만 큽니다. 이 지역은 공급과잉으로 매도 우위가 더욱 강하고요. 입주물량이 몰리면 급매물이 늘고 중대형은 쌓여서 밀려 있어요. 8·29부동산 대책이 매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서 괜히 호가만 올려놨습니다."고양 일산 인근 G공인 중개업자의 말이다. 집값 바닥론이 거론되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몰린 고양·파주 지역은 중대형 중심으로 매매가·전세가 동반하락 압력이 지속돼 왔다.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서 처분하지 못한 기존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와 매매가 하락폭을 키웠고, 다른 지역에선 폭등한다는 전셋값이 공급초과 탓에 하락세였다.입주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단지는 호가를 높이기도 했지만 거래는 여전히 중소형 위주다.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입주가 시작되면 하락폭이 감소하는 모양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일러 보인다. 고양·파주 지역 중개업자들은 급매물 거래 증가가 착시현상이며 본격적인 매수세는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양고양지역은 지난 8월 일산 식사지구 7000가구 등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존 아파트 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원래 계획은 '명품 아파트'단지로 1기 일산신도시 노후아파트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고양 일산 식사동 I공인 관계자는 "일산의 랜드마크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존 아파트 값까지 깎아 내렸다"며 "경기침체로 대규모 입주가 시장에 짐이 됐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고양 일산은 대규모 입주물량이 몰릴 때마다 매수심리보다 높은 가격에 급매물만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양 일산 풍동 A부동산 관계자는 "식사지구 입주예정자들이 주로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자비용도 만만찮고 2년 내에 기존 아파트를 안 팔면 늘어날 양도세 문제도 생각한 탓"이라고 말했다. 풍동 성원1차 아파트 135㎡는 올 초 5억2000만원이었던 평균 매매시세가 식사지구 입주를 앞둔 7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아파트 매매가 하락폭은 입주가 진행되며 다시 줄어드는 양상이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매매가 월간변동률(%)은 고양시 전체로는 6월에 -0.74%로 가장 낙폭이 컸다가 8월 이후에는 감소해 10월 -0.17%를 기록했다. 일산 신도시만 한정해도 잔금 마련을 위해 내놓은 급매물로 5월 -0.65%의 매매가 변동률을 보이다가 같은 방식으로 낙폭이 감소했다. 최근에는 12월 일산 덕이지구 아이파크 1556가구의 입주가 예정되면서 급매물이 다시 증가해 매매가 하락폭 증감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일산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12%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9개월 만에 하락을 멈춘 것과 대조적이었다.한편 직접 찾은 고양 일산신도시 아파트는 '거래가뭄'이 지속되고 있었다.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매수세력 앞에 신도시 거주자들도 호가를 내려 팔 생각이 없어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아파트 자체는 20년이 넘어 리모델링이 필요하지만 교통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단지 내에 공원도 많아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산 마두동 M공인 관계자는 “여기는 초·중·고 내리 10년은 사는 실거주자 중심"이며 “입주물량이 생기더라도 여기 자체에서 움직이는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파주파주지역은 교하 신도시에 올해 9200여 가구의 입주물량이 계획돼 기존 주택 급매물이 증가하고 매매가 낙폭이 커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중 상반기 6월에 공급됐던 교하 신도시 A11블록 가람마을(약 1600가구)은 직접 살거나 전세로 돌리는 등 입주물량이 정리되면서 매매가 하락폭이 감소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급매물로 거래됐던 85㎡ 매물은 이제 호가를 1000만~2000만원 올려도 잘 안 팔려고 한다"고 말해 중소형 중심의 거래동향을 설명했다. 전셋값에 대해서도 "운정신도시 입주물량이 넘쳐 1000만~1500만원 내려갔다가 다시 회복되는 박스권 장세"라고 말했다. 파주의 기존 아파트 시장도 중소형 중심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파주 금촌동은 택지개발지구로 교하신도시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후곡마을)뜨란채 4단지 85㎡가 2억1000만원에 팔렸다"며 "호가가 올라 이제 2억2000만원 넘어야 거래가 된다"고 전했다. 반면 중대형은 약세가 지속됐다. 금촌 풍림 아이원 124㎡는 2009년 10월 4억3500만원에서 올해 동기 4억1000만원으로 6% 가까이 시세가 하락했다. 한편 파주 신도시 지역은 최근 재무구조가 악화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구지정 취소에 대한 우려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악재다. 지난해 6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주변환경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교통편으로 임시 버스정류장을 이용해 불편하고 주변에 상가 분양이 완료되지 않아 편의시설도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 내년 입주물량 '반토막'..집값 변수는 '다양'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하락폭이 둔화되고 전세가 변동률은 상승폭이 늘어난 것을 본격적인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스피드뱅크 김은진 팀장은 "고양·파주는 신규물량이 많았던 곳으로 집값이 반등했다기 보다는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약세에서 호전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고양·파주 집값은 분양가 상한제로 밀어낸 물량이 공급과잉을 불렀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줄어 일부 조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내년 경기도에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주택은 4만7131가구로 올해 11만5159가구보다 59%나 감소한다. 한편 최근 거래증가는 가을 이사철 요인과 전세 실수요자의 이동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 금리 인상과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 종료가 집값 향방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정선은 기자 dmsdlun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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