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지난 31일 서울시는 여의도에서 ‘공공자전거 시범사업’ 오픈행사를 실시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하차한 후 인근 자전거 보관소에서 회사 주변 보관소까지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시스템 운영을 통해 시민 건강은 물론 유류비 절감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같은 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일대에서 경복궁역으로 이어진 자전거 도로. 외출하기 좋은 가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12시부터 4시 사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시민들 20여명 가운데 이 도로를 사용하는 인원은 불과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옥인동 인근에 거주하는 박경민 씨(33·가명)는 “차로가 바로 옆에 있고 (차들이)자전거 도로를 넘어서며 경적을 울릴 때가 많다”며 “자전거를 타더라도 가능하면 인도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확충되고 있는 자전거 도로가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연간 2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에티켓이나 안전대책 마련에는 미흡한 상황이다.특히 일부 자전거 도로는 차량들의 우회전 차선이나 택시 승객들의 승·하차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는 주차장으로 전락한 곳도 있었다.한 택시 운전기사는 “뒤에서 자전거가 오면 위험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대부분의 차량들이 우회전 차선으로 사용한다”며 “손님을 태우거나 내릴때도 가능하면 인도 쪽으로 붙어야하니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1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 확충 사업이 본격 시작된 2008년 이후 자전거 교통사고는 ▲2007년 356건 ▲2008년 763건 ▲2009년 1001건으로 되레 증가했다. 이는 지난번 서울시 국정감사 때에도 지적됐던 것으로 당시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양적 확충에만 급급한 나머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 설치에 주력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사업추진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자전거 도로의 폭이나 차로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는 안전장치 개선에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자전거 도로 폭을 기존 1.1m에서 1.5m로 확대했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도로와 자전거 도로 사이 공간을 0.2m에서 1m로 늘렸다.하지만 10월말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성북, 강북, 강남, 송파, 강동구 등 11개 자치구에서는 이미 0.6~1.1m의 구간으로 조성된 상태다. 차로와 자전거 도로 사이 안전장치 유무는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서울시 관계자는 “각 지역마다 교통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로폭도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이라며 “사업을 시작한 시기도 다르고 하나의 기준으로 작업된 것도 아니라서 지금도 일부 구간에서는 교체를 실시하는 등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전국 16개 시·도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전국 자전거도로망 구축사업’도 각 지자체의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2019년까지 1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일방적인 추진보다는 검토를 바탕으로 예산낭비를 줄여야한다는 것이다.다른 곳에 비해 추진 속도가 떨어지는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에서 지원비가 따로 나오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행안부도 실적을 확인하는 것보다 안전과 실효성이 보장됐는지를 확인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행안부 관계자는 “자전거도로망 구축사업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곳곳에서 안전은 물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한 10년간의 장기계획으로 지금 당장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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