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한전-삼성물산컨소시엄 멕시코 민자발전 수주 숨은 얘기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 9월 7일 오후 1시(현지시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연방전력위원회(CFE)회의실.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과 CFE 에우제니오 라리스 수석부사장이 사업계약서에 최종 서명한 뒤 굳은 악수를 나눴다. 이 사업계약서는 바로 한국전력(사장 김쌍수)과 삼성물산(대표 지성하)이 주축이 된 한국전력컨소시엄이 멕시코 노르떼 2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위한 전력판매 계약 및 연료공급 계약이었다. 사실 한전은 국내 유일의 발전 및 전력판매사업자로 해외에서 이미 화력발전에 대한 수출경험이 풍부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소 건설프로젝트도 수주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계약에 한전은 남다른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일본과 스페인계 회사들이 양분하던 멕시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뤄진 결실임과 동시에 향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중남미 전력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日· 스페인 독식하던 멕시코 발전 시장 당당히 겨뤄 수주 = 멕시코 노르떼 2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은 한전(56%), 삼성물산(34%), 현지 건설회사 테크인트(Techint, 10%)로 이뤄진 한전컨소시엄이 멕시코 CFE와 전력판매 계약을 통해 발전소를 건설한 후 향후 25년간 운영하며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건설ㆍ소유ㆍ운영(BDO)방식 사업이다. 이 발전소는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1200km 떨어진 치와와주에서 건설된다. 운영기간 동안 총 2억3000만달러의 수익이 예상되며 발전소는 내년 1월초 착공해 2013년 5월 31일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한전컨소시엄이 지분만큼 투자하고 시공은 삼성엔지니어링-테크인트컨소시엄이 맡는다. 한전 실무진들에 따르면 이 사업은 시작부터 계약 체결까지 순탄한 적이 없었다. 우선 멕시코에 이미 진출해 탄탄한 사업기반을 구축한 일본의 미쓰이, 미쓰비시, 스페인의 이베르트롤라 등 세계 유수의 경쟁사들이 포진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 컨소시엄 내 업체간 업무 협조도 쉽지 않았다. 멕시코시티와 서울의 시차는 서머타임 적용시 14시간이었다. 사업컨소시엄 파트너인 테크인트와 회의라도 하려면 낮밤이 바뀐 채 일해야 했다. 멕시코 내에서도 제반 규정의 시행이 엄하기로 유명한 CFE는 스페인어를 공식 입찰언어로 채택해 모든 공식문서는 스페인어로 다시 번역 작업을 거쳐야했다.
한전-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지난 9월 7일 멕시코에서 노르떼 2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위한 전력판매계약 및 연료공급계약을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우규 한전 멕시코 현지법인장 , 추교인 삼성물산 미주법인장 전무, 에우제니오 라리스 CFE(멕시코연방전력위원회) 수석부사장 , 변준연 한전 부사장.
◆14시간 시차에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업무 바쁘다 바빠= 국내 회사들간 회의는 한국어로, 컨퍼런스콜을 이용한 국제회의는 영어로, 회의 후 공식문서는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24시간 근무에 하루 꼬박 비행시간이 걸리는 출장도 많았다. 현지의 열악한 위생상태 때문에 출장자가 현지 병원에 긴급 입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발주처의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각종 실적을 비교 분석하고 어렵게 획득한 인허가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하느라 밥을 거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자 컨소시엄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참여한 멕시코 테크인트가 시간이 지날수록 큰 목소리를 내서 눈길을 끌었다. 한 관계자는 "시공사로서의 수익을 위해 투자자로서의 역할에는 소홀한 모습도 보였다"면서 "한전과 삼성물산은 최악의 경우 사업 포기도 감수했다"고 전했다.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테크인트의 투자 지분을 축소하고 기존 역할분담(안)을 조정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8월 2일 멕시코시티 현지의 입찰가가 공개되고 한전컨소시엄의 입찰가격이 공개되자 직전까지 수주를 확신해오던 일본의 미쓰비시-큐슈전력 컨소시엄의 입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한전 컨소시엄은 이날 일본 등 4개 경쟁사를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9월 7일 현지에서 최종계약서에 사인함으로써 최종 승자가 됐다.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이 사업은 발주처가 25년간 전력 구매를 보장하고 별도 계약을 통해 천연가스 연료를 공급함으로써 안정적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며 "특히 기존에 일본, 스페인계로 양분돼 진입 장벽이 높은 멕시코 민자 발전시장에서 한전의 국제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중남미 최초의 발전사업으로 아시아, 중동에 이어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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