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김현석 감독 '최다니엘은 20대, 엄태웅은 현재 내 모습'(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김현석 감독의 재능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유독 빛난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좋은 예다. 김현석 감독은 전작 '스카우트'의 흥행 부진을 깨끗이 씻으려는 듯 새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으로 추석 극장가에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개봉과 함께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김현석 감독은 힘들게 완성한 영화가 관객이나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인지 다소 안심하는 눈치였다. "내가 좋아야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만든 영화입니다. 힘들게 찍기도 했고 15년 전에 썼던 시나리오를 다시 각색해 찍은 거라 애정이 크죠. 이전 영화들이 가슴으로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머리로 만든 영화입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로 20대 초중반 여성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데 전 그렇게 규격화된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20대 여성 관객도 30대 남성 관객도 같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김현석 감독이 15년 전 '대행업'이라는 제목으로 썼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연애에 숙맥인 의뢰인을 도와 치밀한 작전으로 사랑을 이루도록 돕는 '조작단'을 소재로 했다. 엄태웅 박철민 박신혜 등이 조작단의 멤버로 출연하고 최다니엘과 송새벽이 의뢰인으로, 이민정 류현경이 '타깃녀'로 등장한다. "원래 처음에는 '시라노'라는 모티브는 없었어요. 연애를 잘 못하는 남자가 주인공이었을 뿐이죠. 그런데 예전에 '대행업' 시나리오를 본 배창호 감독님이 '시라노'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시라노'를 전면에 내세우게 된 거죠."
15년 전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이었던 '대행업'은 당시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플로피 디스크에 묵혀 있었다. 김 감독은 그때 썼던 초고를 다시 찾았지만 플로피 디스크도 프린트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당시 김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던 친구가 보관하고 있어서 수월하게 각색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도, 처음 각색한 버전에서도 최다니엘 역은 40대 평범한 중년 남자였습니다. 박철민이 주인공이었어요. 그런데 투자사 측에선 젊은 배우여야 한다고 해서 다시 캐스팅하게 된 거죠. 엄태웅 역도 캐스팅이 쉽지는 않았습니다."'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캐스팅뿐만 아니라 각색 과정에서도 변화가 많았던 작품이다. 15년 전 시나리오에서는 두 남자 주인공 모두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에 대해 김현석 감독은 "이전 네 작품 모두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끝났다"며 "내 취향이기도 하고 그것이 더 현실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김현석 감독 자신의 모습이 적잖이 녹아 있다. 그는 "최다니엘이 연기한 상용의 모습이 20대의 내 모습과 가깝다면 엄태웅이 연기한 병훈은 남의 사랑은 코치해주면서 정작 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나와 가깝다"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자신의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라고 말한 바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점점 건조해지고 시니컬해지는데 더 심해지면 판타지를 자극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맞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것이 이유다. 물론 성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다음 영화로 액션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색채가 꽤 강하기 때문이다. 제목은 '경찰대 미술반'이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스포츠투데이 박성기 기자 musictok@<ⓒ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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