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카이스트 입학사정관 전형을 벗긴다-2편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규철이의 합격비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카이스트 학교장추천전형에 합격한 경기 양서고 이규철 학생

카이스트 입학사정관 전형을 벗긴다-2편입학사정관이 말하는 규철이의 합격비결[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숨어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아라' 카이스트 입학사정관들에게 내려진 서남표 총장의 특명이다. 이 과제를 따라 올해 1차 전형에서 우리가 찾아낸 학생이 바로 이규철 학생(양서고)이다. 그 동안 카이스트와 인연이 없던 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의 재능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뽑는 것이 목표였던 입시 전형이다. 점수만으로 평가했다면 카이스트는 규철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기존의 대입제도가 '지금까지의 성과가 좋은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면 입학사정관들은 '앞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를 본다. 학생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숫자로 표현된 점수가 아니다.입학사정관은 3단계 평가를 통해 규철이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 군이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기 적합한 학생인지 세 번이나 확인했다는 의미다. 잠재력은 점수화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은 점수나 등급을 기준으로 합격이나 불합격 여부를 물어온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하나의 평가 요소만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런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언제나 동일하다. "붙을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그렇다면 잠재력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모두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의 본질을 잘 살펴보면 평가 기준은 의외로 명확하다.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대학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학생을 찾는 방식이다. 연구중심 대학이자 수학ㆍ과학 특성화 대학인 카이스트에서는 규철이의 남다른 수학ㆍ과학적 재능을 눈여겨 봤다. 1차 서류 전형과 2차 학교방문 면접, 3차 심층 면접 등 모든 과정에서 규철이의 수학ㆍ과학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아무리 똑똑한 학생이라도 학교와 궁합이 안 맞는다고 판단하면 불합격이다. 잠재력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다. 카이스트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 부분은 규철이가 다니는 학교를 직접 방문해 살펴봄으로써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규철이가 다니던 양서고등학교는 양평 두물머리 바로 앞으로 주변엔 논밭 뿐이었다. 학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기숙형 자율학교'였다. 학교 현장을 가보는 것만으로도 사정관들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입학전형 과정에서 우리는 규철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길렀음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학교 공부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관심 분야인 화학 공부에 파고 들기도 했다. 규철이가 제일 아끼는 책으로 꼽는 '일반 화학'(옥스토비 공저ㆍ자유아카데미)은 대학교 1학년들이 필수 교양으로 공부하는 수준의 책이다. 스스로도 '과연 내가 혼자서 공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전형 마지막 단계에서 그룹 토론과 심층 면접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규철이에게 주어진 토론 과제는 '배아줄기 세포논란'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선진국의 역할' 이었다. 6명이 한 팀을 이룬 학생들이 주어진 토론 과제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 과정 역시 토론의 일부다. 규철이는 이 토론 면접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했다. 수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경험을 쌓았다는 본인과 학교 담임교사의 말이 입증된 셈이다. 심층면접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 규철이는 학급 반장과 수학 동아리 회장 활동을 했다. 하지만 '반장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평가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구체적인 스토리를 요구한다. 반장으로써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떤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아주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경험, 실패한 경험일지라도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다면 우리는 그 사실의 확인을 통해 학생을 평가할 수 있다. 심층 면접에선 특이한 질문도 하나씩 나온다. 학생들의 발표력과 위기대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규철이에게는 '남한 지역에 있는 나무 그루수를 산출해보라'는 질문이 떨어졌다. 그런데 규철이는 오히려 사정관에게 힌트를 요구했다. 보기 드문 반응이었다. 당황하는 기색도 전혀 없었다. '경사도'를 알려 줬더니 규철이는 이것을 실마리로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갔다. 경사도를 통해 원뿔의 겉넓이를 구한 다음, 단위 면적 당 나무 그루 수를 계산한 것이다.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중요치 않다. 정답이라는 '결과'보다 풀이하는 '과정'이 논리적인가가 핵심이다. 규철이는 마지막 면접까지 떨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규철이는 자신이 쌓아온 것들을 아주 잘 보여줬다. - 임명환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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