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경기조에서 탈피해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주목된다.천안함 사태 이후 냉각됐던 남북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한·미와 북·중간의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정부는 31일 북한 홍수피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100억원 상당의 수해지원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비상식량과 생활용품, 의약품 등 긴급 구호물자를 신의주지역(중국 단둥 경유)과 개성지역(경의선 육로)에 전달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이는 지난 26일에 한적이 대북 수해지원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측의 반응이 없자 재차 제의한 것이다.북한에 대한 쌀 지원 여론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1일 "천재지변의 홍수를 겪는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지원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고 말했다.김 의장은 "대북 쌀 지원은 우리 농민을 살리고 북한 주민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고,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탈피할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때 긴장된 한반도가 아니라 평화의 서광이 비치는 한반도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김문수 경기도지사도 31일 "남한은 쌀 과잉생산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한은 쌀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며 대북 쌀 지원을 주장했다. 김 지사는 "정부는 북한의 최근 동향들로 인해 이같은 부분을 신중하게 검토중"이라며 "서로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남북관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쌀이 좀 더 지원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경기도의 의지를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부는 "대북 쌀 지원을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도 없다"면서도 "남북관계와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중국에 자주 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중국식 경제 발전을 볼 기회가 많아 방중이 북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보는 것이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냉전적인 시각, 부정적인 시각에서 국제관계를 바라보지 말고 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교감이 있었고, 중국측이 우리 정부에 이를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이 가운데 정부는 북한에 대한 기본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김 대변인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북한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남북관계 발전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며, 이를 위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계속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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