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솔이텃밭
이 때문에 부모를 따라온 자녀들에게도 용돈 봉투 만들기, 기름쏙쏙 수세미 만들기 등 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생태생활의 첫걸음을 가르쳐준다. 이 뿐 아니라 텃밭을 가꾸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한편 집안 인테리어를 위한 페인트칠 실습은 물론 헌 옷 리폼을 비롯한 면 생리대· 배 찜질공· 눈베게· 꽃행주·EM세제 만들기 등 의·식·주를 아우르는 그린 플러스 도시 속 생태학교를 운영한다. 교육은 시골살이를 준비하다 5년 간 서울숲 코디네이터로 생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허진숙 매니저(50)가 맡는다. 허 매니저는 “농촌에서는 대부분 내 손으로 해결할 일도 도시에서는 소비에만 익숙해져 있다”며 “조금 엉성해도 직접 만들어 쓰는 기쁨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9월부터 본격 운영될 생태 프로그램은 허진숙 매니저를 비롯한 6명의 생태운동가가 함께 진행한다. 신청은 송파도시농업지원센터(☎2147-3814)로 하면 된다.◆친환경 씨앗·작물은 공동구매, 농기구는 무료 대여 지난해 3월부터 오금동 개발제한구역 내 농지 5315㎡에서 운영되는 솔이텃밭을 통해 생활 속 로컬푸드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총 268구좌에 달하는 가족, 학교, 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대개 1구좌 16.53㎡(약 5평)씩 텃밭을 가꾼다. 텃밭을 오가는 참여인원만 해도 연간 1만2000 여 명에 달한다. 이 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어 ㎡ 당 70만원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37억원에 달하는 금싸라기 땅이다. 그러나 연간 5만원에 불과한 임대료만 부담하면 연간 5~8종의 농작물 순환이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참가 신청은 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에서는 맨손으로 와도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작물은 공동구매로 해결하고 각종 농기구는 농기구대여소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호미(70), 조루(50), 쇠갈퀴(17), 괭이(15), 삽(50), 물조리개(50), 손수레(5) 뿐 아니라 따가운 햇볕 차단을 위한 농부전용 밀짚모자(20)까지 구비돼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주인력 3명이 주말까지 근무한다. 게다가 매년 봄 밭갈이, 천연퇴비 제공, 길가에 뽑아놓은 풀 정비, 언덕 위 소담한 원두막까지 도시농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꼼꼼하게 배려한다. 때문에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담 없이 잠깐 들러도 아무 문제없다. 사실 상추, 케일, 쑥갓 등 쌈채소류는 3~4개월 재배가 가능해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주변 사람들까지 나눠먹을 수 있다. 덕분에 제철 과일· 채소 섭취가 어려운 저소득 주민과도 푸드마켓을 통해 나눌 수 있게 됐다. 어린 두 딸과 온 가족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는 전재홍(35·오금동) 씨는 “가족의 건강 뿐 아니라 자녀교육은 물론 나눔까지 실천할 수 있는 부대효과까지 장점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송파구는 전국 최초로 ‘친환경도시농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오는 9월13일 조례 규칙 심의를 거쳐 9월 임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또 이에 앞서 지난 3월 ‘왜 지금 도시농업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친환경 도시농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지난해부터 온실가스 예방을 위해 운송거리를 줄이자는 취지의 푸드마일리지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송파구와 전국 최초의 친환경 도시농업지원센터를 공동 운영하는 (재)서울그린트러스트(이사장: 양병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의 녹색환경을 지키는 비영리기관으로 서울숲사랑모임, 우리동네숲 만들기, 그린벨트 지키기 등 시민이 주도하는 생태활동을 이끌고 있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 푸른 생명이 움트는 이곳에서는 고향이 그리운 사람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 지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여 오늘도 허리를 깊이 숙인 채 땅과 얘기를 나눈다. 오랜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고향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박종일 기자 dre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