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8.8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가 26일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각종 의혹이 속출하면서 청문회 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됐다. 아울러 청문회 이후 어느 후보가 낙마할 지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럴거면 왜 하나" 청문회 무용론 솔솔..제도개선 시급이번 청문회는 '죄송청문회'라는 오명이 붙었다. 주요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 제기에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불찰이다" 등등 고개를 숙이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도청직원의 가사도우미 활용 의혹 등에 12번,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등의 의혹에 대해 14번,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무려 27번의 사과를 했다. 정치원로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8.8 개각 대상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매일 절하고 죄송하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는 그만둬야 한다"면서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장사를 해야 하는데 왜 청문회에 나와서 국민을 괴롭히냐"고 비판했다. 청문회의 기본 취지는 고위 공직에 걸맞은 도덕성과 정책능력을 검증하고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 이번 청문회에서는 속출하는 의혹 속에 도덕성 공방만 요란했다. 선진국에서는 미래 비전을 검증하지만 한국의 청문회는 과거에만 매몰된 것. 특히 야당은 공세적 의혹 제기에 나섰고 여당은 청문위원이 아니라 아예 '후보자 도우미'를 자처하는 민망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청문회 운영이 부실한 만큼 여야가 논의해서 실질적인 인사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청문회 개선방안과 관련, 1차 도덕성 심사, 2차 업무능력 심사로 이원화하는 방안과 후보자의 허위진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제출 거부와 증인의 출석 거부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2의 천성관 파동 오나? 여야 공방 속 MB 선택에 관심청문회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어느 후보가 낙마할 지에 쏠리고 있다. 청문회 정국을 주도한 민주당은 8.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 대상자 10명 중 이재오 특임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적격"이라는 평가다.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를 지켜본다는 방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후보의 낙마가 불가능한 만큼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김신조' 또는 '김이신조'라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다. '김신조'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뜻하는 표현이고 '김이신조'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한 것이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특히 김태호 후보자와 관련, "총리로서 기본적인 도덕성, 자격, 능력이 없다"면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국정운영을 맡긴다는 것이 국민적 불행"이라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상황은 복잡하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된 문제라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모든 후보를 안고가기에는 부담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친서민 중도실용'을 주요 국정기조로 내세운 만큼 일부 후보의 경우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것. 아울러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 결국 키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거짓해명으로 여론이 악회되자 천성관 검찰총장 카드를 포기한 바 있다.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최종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이와 관련, "참여정부 때 장관 인사 청문회를 도입한 이래 청문회를 하고 임명도 되기 전에 낙마한 예가 없다"며 모든 후보자의 임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성곤 기자 skze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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