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방통위 번호통합정책 기본 원칙 유지해야'

'3년간 유예한다고 해서 01X 번호 포기하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80%가 010 번호를 사용할때 01X 번호를 010으로 강제 통합한다는 정책을 6년동안 유지해오던 정부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01X 번호의 3세대(3G) 서비스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통신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의 010번호 통합 정책에 대해 통신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번호통합정책 때문에 010 사용을 강제 당한 LG유플러스의 불만이 가장 큰 상황이다. ◆LG유플러스 "3년전엔 01X 이용자의 리비전A 가입도 막더니…."LG유플러스 관계자는 "리비전A 서비스 당시 01X 사용자의 서비스 가입을 허용하려 했지만 정부의 번호통합정책에 따르기 위해 이를 포기한 바 있다"며 "현재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83%가 정부 정책에 따라 010 번호를 쓰고 있는데 이제 와서 01X 가입자의 3G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는 3G 서비스 식별번호를 010으로 하고 010 전환율 80% 시점에 통합방안을 마련키로 결정했다. 2004년부터는 3G 가입자와 2G 신규 가입자, 번호변경 가입자의 010 사용을 의무화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07년 2G 서비스인 CDMA의 진화 기술인 리비전A를 선보였다. 당시 LG유플러스는 01X 가입자에게 쓰던 번호 그대로 리비전A를 서비스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와 경쟁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리비전A에 010을 사용해야만 했다. 당시 정부는 리비전A의 통신 서비스 역무 구분이 엄연한 3G이기 때문에 010 번호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010 번호 사용자 올해 말 전체 가입자 중 85% 전망…"기본 원칙 유지해야"지난 7월말 기준 010 번호 사용자 현황은 KT가 1476만명으로 총 가입자 중 94%, SK텔레콤이 1935만명으로 77%, LG유플러스가 724만명으로 81%에 달한다. 모두 더하면 4135만명에 달해 우리나라 이동통신 가입자 중 83%를 넘는다. 현재 월평균 010 번호 전환율은 0.5% 수준으로 연말까지 010 전환률은 8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방통위의 새로운 번호통합 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는 한편, 정책목표와 크게 어긋난다는 평이다. 01X 가입자들이 현재 사용하는 통신사에서만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은 특정 사업자를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지적이다. 3년간 유예를 둔다는 것은 정부가 결국 번호통합정책이 무리하게 진행돼 왔다는 점을 시인하는 모양새와 다름없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85%의 사용자가 010을 사용하는데 15%의 01X 사용자를 위해 정책에 유예기간을 두는 점도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01X를 계속 사용하면서 이용자 불편도 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일할 경우 8자리의 사용자 번호를 누르는 것만으로 전화를 걸 수 있지만 현재는 식별번호까지 모두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둘 경우 기간이 만료되는 3년 후 일제히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하는데 이에 대한 행정처리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3년간 유예는 지금 결정해야 할 문제를 3년 더 끄는 것"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준다고 해서 6년간 01X 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사람이 3G로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3년 뒤에 여전히 남아있는 01X 가입자들은 향후 번호통합에 더욱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결정해야 할 문제를 3년 더 끄는 것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3년 뒤 또 다시 재 논의를 할 여지를 남겨 놓는 것 자체가 번호통합 정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업계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2G에서 3G의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3년간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개인 자산으로 여기는 01X 번호는 엄연한 국가 자산이며 이는 정책 목표에 따라 회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에 대해 정책 목표를 상실했다는 비난은 말이 안된다"며 "현 상황에 가장 적절한 정책을 통해 2G에서 3G의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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