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블랙박스]불혹의 경부고속도로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오늘은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입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독일을 방문해 '아우토반'을 보고 감명을 받고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이 도로는 이름만큼이나 속도전으로 완성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1967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간고속도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인 1968년 2월1일 착공해, 불과 2년5개월만에 완공을 합니다. 연인원 892만8000명과 165만대의 장비를 투입한 결과였습니다. 경부고속도로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거울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습니다. 압축성장의 과실과 폐해를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색하기 들릴 정도지만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었으며 원활한 물류수송으로 산업화를 앞당겼습니다. 직접효과만 산출해도 차량운행과 시간가치, 교통사고, 환경오염 비용절감 효과가 1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공사에 77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전쟁을 하듯 공사를 한 것입니다. 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정부측 주역이 박 대통령이었다면 민간측 주역은 단연 정주영 회장의 현대건설입니다. 현대건설은 경부고속도로 시공의 40%를 맡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현대건설 중기사업소 과장으로 공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업무를 맡았다는군요.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곧 이어 분 중동 건설 붐으로 한국최고기업으로 도약했던 현대건설. 하지만 정 회장 말년의 왕자의 난과 대북사업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채권단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탈태환골,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습니다.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과 국내 최고의 시공능력, 해외사업 능력 등으로 인해 범 현대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탐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덩치가 커다보니 M&A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유력 인수주체로 부각되면서 2조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하루만에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M&A 이슈에 건설사 구조조정 수혜까지 언급되며 한달 이상 꾸준히 오르던 현대건설이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2일 6만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는가 싶더니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이틀 연속 6만원선을 내줬습니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을 바라보는 국내 증권사들의 시선은 뜨겁습니다. 최근 10일동안 나온 보고서의 목표주가는 7만원대 중후반에서 8만원대 중반까지입니다. 목표가는 물론 모두 '매수'입니다. 매수 이유는 주로 M&A 이슈입니다. 여기에 실적까지 뒷받침된다는 분석까지 더해집니다. 이날 보고서를 낸 IBK투자증권은 M&A 호재와 사업가치 제고가 부각되고 있다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7만8000원을 유지했습니다.윤진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이 M&A 진행과정을 거치면서 내재가치가 부각될 것"이라며 "현 주가 수준에서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합니다.윤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은 현대가의 모태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고, 현대건설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8.3%는 범 현대가와 현대그룹 간의 경영권 역학구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는 현대건설 지분인수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목표가 8만3000원을 제시하고 있는 SK증권은 'M&A 진행에 따른 내재가치 재평가 시기'라고 말합니다. 박형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단순히 M&A 진행이 프리미엄으로 반영되는 시기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현대건설은 현재 주가가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M&A 진행으로 영업가치와 보유 자산에 대한 재평가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8만5000원으로 최고목표가를 제시한 KTB증권은 무난한 실적과 해외수주에 주목했습니다. 2분기 2조6000억원대 매출에 5.6%로 예상되는 영업이익률, 6월 현재 51억달러를 달성한 해외수주와 수주 확정적인 물량이 40억달러선이란 점을 투자포인트로 봅니다. M&A는 단기간내 매각자문사 선정이 되겠지만 실제 매각작업은 장기 이슈라고 봤습니다.목표가 7만6000원을 제시 중인 미래에셋증권은 현대건설이 펀더멘탈과 벨류에이션 매력을 모두 겸비했다고 봤습니다. 내년부터 IFRS 도입시 72.5%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탄탄한 실적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는 것과 M&A 이슈 본격화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점도 높이 샀습니다. 여기에 개선되는 수익성과 강력해지는 해외수주 모멘텀도 높게 평가합니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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