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블랙박스]형을 제친 아우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16세기 후반 일본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가문은 '오다'가의 직계가 아닌 방계 가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집안의 적통을 물려받은 큰 집이 아니라 작은 집이었던 셈이지요. 그러나 그의 부친대에 세력을 확장해 오와리 지역의 맹주가 됩니다. 약관의 나이에 가문을 물려받은 노부나가는 주변의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200년간 지속된 전국시대를 사실상 종식시킵니다. 본가에서 분가한 방계 가문이 본가를 능가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바다 건너 노부나가의 오다 가문까지 갈 것 없이 조선의 초기 명군들은 대부분 장남이 아닙니다. 조선 초 왕권을 확립한 태종 이방원은 다섯째 아들이고, 그의 아들 세종대왕도 셋째입니다. 이른바 차남 컴플렉스란 것인데 무거운 의무 대신에 재산상의 보호를 받는 장남과 달리 아무런 보장 없이 사회에 던져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난과 개척 끝에 성장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수십년간 국내 재벌사에서 3위권 안에 들고 있는 LG그룹의 간판 LG전자 체면이 요즘 말이 아닙니다. 올 들어 LG화학에 그룹내 시가총액 선두자리를 뺏기더니 최근엔 LG디스플레이에조차 시총 규모가 밀렸습니다. LG화학이 그룹의 초기 간판회사였고, 최근 2차전지 등 신수종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지만 같은 같은 IT업종의 계열사에 밀렸다는 것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1985년 금성소프트웨어로 출발한 LG디스플레이는 1998년 LG전자와 LG반도체로부터 LCD사업을 이관받아 지금의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 회사입니다.이달 초 4만5000원을 돌파하며 시총 16조원대에 진입하며 LG전자를 제친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4일 4만5300원으로 마감, 고점을 찍은 이후 연일 하락세입니다. 10일 종가는 4만300원으로 4만원선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 가격 기준 시총은 14조4200억원. 며칠 사이 1조8000억원의 시총이 사라졌습니다.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입니다. NH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영업이익 6844억원을 기록, 당초 기대치인 7626억원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유럽 등 선진국의 하반기 재고확충 수요의 지연, IFRS 적용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관련손실이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점 등을 악재로 꼽았습니다.하지만 이같은 일시적 부진이 LG디스플레이를 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번주 들어 나온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분석보고서의 목표가는 모두 5만원대입니다. 6만원을 제시한 곳도 있습니다.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은 한 곳을 제외하고)동부증권은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조정했지만 시황은 바닥권에 도달했다며 목표가 5만7000원을 유지했습니다. 2분기 실적하향에 따른 손익영향이 크지 않은데다 이 부분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이유입니다. 유럽을 제외하고 TV패널 재고수준은 건강한 편이라는 전망도 곁들였습니다.최고 목표가인 6만원을 제시하고 있는 SK증권은 고객관계를 LG디스플레이의 핵심경쟁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분기 말부터 대만 TPV와 합작사인 L&T테크놀로지에서 양산이 시작됨에 따라 고객과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3분기 성수기에 진입시 패털 공급부족 상황이 재차 연출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진출이 확정되면 장기적인 성장성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5만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교보증권도 4분기의 우려보다는 성장성을 보자고 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정책으로 선두업체간 CAPA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4분기 LCD 패널 가격하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새 분야의 성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E-Ink, OLED 등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내부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성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물론 모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부진이 일시적 수요부진으로 보인다면서도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유로화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유럽지역 판매/세트업체의 재고확충이 지연되고 있고 이로 인해 패널가격 약세는 7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은 목표가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의견은 '시장평균'입니다. 다만 주가 하락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봤습니다. 최근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래도 모멘텀 투자 구간은 지난 듯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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