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보다 한발 앞선것 뿐..키맞추기 염두에 둬야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최근 며칠간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의 흐름을 지켜본 투자자라면 은근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휘청거렸지만 국내증시는 의외로 선방해내며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헝가리 국가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3% 안팎으로 주저앉은 지난 7일에도 국내증시는 1.5% 하락에 그쳤고, 전일에는 0.8% 반등에 나서며 악재를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났다. 여타 증시에 비해 낙폭이 크지 않았지만, 반등폭은 오히려 큰 수준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인 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선방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국내증시 펀더멘털이 견조하기도 하고, 국내기업 이익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측면도 반영이 됐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 강한 저가매수 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전일 국내증시가 반등한 이유는 개인들이 현물시장은 물론 선물시장에서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결과였고, 이것이 차익거래 환경 개선을 이끌어내며 지수 상승폭을 키워내는 역할을 한 것이었다. 개인들의 뚝심이 대단한 만큼 이날 역시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마치 갈대와 같이 약해 각종 변수에 쉽게 휘둘린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증시 최대 변수인 유로화가 뚜렷한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전일에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영국에 대해 국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재정감축에 속도를 내라고 권고하는 등 유럽 리스크는 아직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들의 힘으로 지수가 반등에 나선 것이라면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했을 경우 투심이 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그간의 매수분을 모두 토해내면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국내증시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글로벌 증시와 탈동조화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내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수급주체는 여전히 외국인인데다, 외국인이 IT나 자동차 위주로 매도세를 보이면서 기존 주도주의 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밤 미 증시가 1% 이상 반등에 나섰지만 이미 낙폭의 상당 수준을 회복한 국내증시도 미 증시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 증시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상황이었고, 국내증시는 저점대비 50% 반등에 성공한 상황이다. 미 증시에서 벤 버냉키 연준(Fed) 의장의 낙관적인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지만, 과연 지수를 끌어올린 것이 버냉키의 힘이었는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인지도 고민이 필요하다. 버냉키 의장의 전망이 나온 것은 뉴욕증시 개장 이전이었지만, 뉴욕증시는 장중 내내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연저점을 경신한 후 장 막판에 접어들어서야 반등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버냉키의 힘이라기보다는 저가매수 심리가 발동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반면 국내증시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저점대비 50% 반등에 성공하는 등 많이 빠지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저가매수 심리가 미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큰 흐름에서 보면 글로벌 증시와 키맞추기 과정이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주 초반 국내증시의 상대적 강세 흐름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해보인다. 단순히 미 증시보다 한발 앞서 저가매수 심리가 발동했을 뿐이며, 글로벌 증시를 뒤덮고 있는 주변환경이 변화하지 않은 만큼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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