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월드컵 특수'가 어디갔지?

응원용품 특수, 천안함·선거 등 이슈로 관심 약해져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월드컵 응원도구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이승종 기자] 지난 주말 종로 지하상가. 월드컵 응원에 쓰이는 '도깨비 뿔 머리띠'를 파는 한 상점에 들어섰다. 다소 조잡해 보여 생산지를 확인했다. 'Made in China'라는 글씨가 선명했다.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의 '반짝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2002년이나 2006년 월드컵 때와 비교해 응원에 쓰이는 도구 및 태극기 주문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그나마도 중국산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천안함 사건, 지방선거 등 사회적 이슈가 이어지며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소 '약해진 것'도 월드컵 특수 실종에 한 몫 하고 있다.◆월드컵 열기, 예년만 못하네~월드컵 관련 소도구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올 월드컵 제품 주문량은 2002년이나 2006년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태극기 생산업체인 동산기획 관계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보유 물량이 바닥나, 근처 공장까지 물색해 만들곤 했다"며 "그 때 공급한 태극기만 500만장인데 지금으로선 꿈도 못 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월드컵"이라며 "4년전 독일월드컵 때보다도 매출이 20% 가량 줄었다"고 덧붙였다. 업체들이 진단하는 '열기 실종'의 원인은 월드컵 못지 않은 '정치적 이슈'들이다. 한 응원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이후 추모 열기로 인해 기획했던 행사마저 취소했다"며 "2, 3개월 전 주문이 들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주문량이 30% 가까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월드컵 응원타월을 생산하는 리빙타올 관계자도 "2006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월드컵 특수는 중국 몫?명색이 월드컵이니 만큼, 경기가 시작되면 '짬짤한' 수입을 노릴 만하지만 이 마저도 중국기업이 차지할 형국이다. 응원용품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외주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대한축구협회가 인증하는 라이선스 응원용품마저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한 라이선스 생산업체 관계자는 "라이선스 제품 가운데 2, 3가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해 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축구 응원용품은 월드컵 같은 이벤트 때만 반짝 팔리는 제품이라,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추기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 뒤따랐다.이 같은 중국산 제품은 온라인 시장도 점령하고 있다. 7일 현재 온라인오픈마켓 G마켓에서 '월드컵 응원도구'를 검색하면 야광봉, 야광팔찌, 도깨비 뿔, 머리띠 등 500건이 넘는 제품이 쏟아진다. 거의 모두가 중국산이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실장은 "천안함, 지방선거 같은 요인도 있지만 경제위기 후 현장에서의 경기 흐름은 아직 상승하지 못한 상태"라며 "남유럽 위기까지 겹쳐 예전보다 월드컵 특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길 기자 ohk0414@이승종 기자 hanaru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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