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진정국면 접어들었지만..

완전 치유는 장기적 과제..외인 매도도 우려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던 유럽발 위기가 마침내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공격적이던 투매현상도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된다.유럽발 악재가 해결 실마리를 보인 것은 지난 주말부터다. 내부 반발은 여전하나 그리스 의회가 강도높은 긴축정책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그리스 지원에 있어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독일 정부 역시 그리스 지원을 결정하면서 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여기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독일 및 프랑스 정상들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조 노력을 약속하는 등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데다 당초 예정됐던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1100억유로 규모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 역시 무난히 통과되면서 추가적으로 시장을 뒤흔들만한 악재를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또한 10일 현재 열리고 있는 긴급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5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이같은 위기 진정에 대한 기대감은 글로벌 증시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0.61포인트(1.25%) 오른 1668.11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말 월 10일 이동평균선을 지지한 데 이어 이날 일봉 120일선까지 회복하는 등 일단 위기에서 벗어난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원ㆍ달러 환율 역시 장 중 1130원대까지 내려앉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고, 호주증시와 일본증시 역시 각각 1.8%, 1.3%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유럽발 위기의 진정 기대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다.EU와 IMF는 물론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면서 그리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로존 국가들이 직면한 재정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이 없는 만큼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위기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리스크가 PIGS 국가로 전염되고 더 나아가서는 유로 및 글로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진정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독일의 경우 중도우파 연정이 지난 9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의회 선거에서 패배, 연방 상원 과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지원의 보폭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선거 하루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리스 지원법안 통과를 이유로 지지정당을 바꾸겠다는 응답자가 21%나 되는 등 유로존 지원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독일 정부는 그리스 지원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 역시 유로화 급락 등 유로존 위기에 대비한 EU 안정화 기금 조성에 마지못해 동참키로 했지만, 상당기간 기금 조성을 거부하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유로존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그리스를 둘러싼 위기 상황이 해결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국내증시 역시 강력한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특히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하던 외국인이 지난 6~7일 이틀간 2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는 등 그간의 순매수 추이가 방점을 찍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매매 동향이 주목할 만 하다. 10일 오전에도 국내증시는 반등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은 현ㆍ선물 시장에서 일제히 매도세로 일관하는 등 여전히 등을 돌린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리스 위기가 해결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외국인의 거친 매도세 역시 진정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매수로 돌아설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 일색이다.그나마 증시 소방수인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하려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인데다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크게 줄었다고 하더라도 신규 자금 유입 역시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수급적 방패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낙관적 예단도, 극단적 비관도 결국은 리스크를 높일 뿐"이라며 "외부동향과 외국인 수급 추이를 지켜보는 수동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김지은 기자 je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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