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이영원 대표가 서울 태평로 본점에서 맞춤양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장미라사'를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와 같은 불멸의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에게 옷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물었다. 이 대표는 "옷은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했다. 그 사람이 입은 옷을 보면 지금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은쟁반에 금사과'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옷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돋보이게 해야지, 옷이 돋보이면 그 옷은 이미 생명을 다했다는 게 이 대표의 철학이다. 그런 그가 옷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순전히 '옷을 사고 파는 일이 행복하다'고 여겼기 때문. "의사들은 병든 사람을 상대하고, 법조인들은 죄를 지은 사람을 상대합니다. 반면 옷장사는 항상 기분이 좋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일할 수 있죠."젊은 시절, 당시로서는 최고의 직장이었던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 대표는 사내 사업분야의 하나였던 장미라사에 처음 배치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장미라사와 함께 하고 있다. 장미라사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생전에 제일모직의 원단을 시험해 보기 위해 만든 사업부서에서 출발, 지난 88년 독립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옷은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장치입니다. 요즘 아내가 남편의 옷을 사다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특히 비지니스 슈트인 양복의 경우 말 그대로 업무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마주하는 상대가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 최고급 맞춤양복에 비해선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를 100이라고 한다면 10년 전 우리는 40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90까지 올라왔다고 봅니다. 나머지 10을 채우는 게 목표인데 이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미(美)'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옷을 입었을 때 전체적인 실루엣을 살리는 건 바로 이 '미'입니다. 직원들에게 심미안을 키우기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보내고 박물관을 다니게 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