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매매가 반대 행보..세입자 연말쯤 '내집 꿈'

[긴급점검-아파트]길을 잃은 부동산 시장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개나리푸르지오 110㎡에 세 들어 살고 있는 고모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세 만료 기간이 두세달 앞으로 다가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시세를 알아 보니 2년전 고씨가 계약했던 가격보다 무려 1억원3000만원 가량이 폭등해 현재 시세가 5억5000만원 안팎에 나와 있다. 고씨는 이같은 전세값의 상승세와 달리 매매가는 조정을 보이고 있어 이참에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강남을 중심으로한 아파트 전세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세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세가와 달리 매매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이번 기회에 내집마련을 해야 하는 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그럼 고씨는 집을 사야할까 말아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있고 유망 지역인 경우라면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곧바로 'V'자를 그리며 반등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 후 신중하게 접근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구매력 위축, 경제 회복 불투명 때문에 현재 시장 분위기는 조정 관망 등 쉬어가는 분위기인 만큼 추격 매수에 한계가 오고 있다"면서 "지금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안정돼 있는 대신 구매력은 떨어져 있어 추가 상승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그는 이어 "남들이 떨어진다할 때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지금 시기도 나쁘진 않다"면서 "보금자리 당첨 가능성이 낮아 일반 매매 시장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면 하향 조정기인 올 하반기부터 움직이는게 낫다"고 설명했다.양해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정부가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쓰지 않는 한, 올 하반기까지는 약보합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집은 대세 상승 국면보다는 가급적 하락기에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올해 뚜렷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아파트값은 하방경직성이 강한 만큼 무턱대고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주택 구입에 서서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또한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주택가격 버블논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주택 대기수요 증가 등이 겹쳐 주택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좀 더 기다려도 무방하다는 판단도 나온다.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주택 투자는 특별한 곳 이외에는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매수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굳이 사려면 강남은 고점대비 20%, 비 강남지역은 30% 정도 싼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이런 매물이 현재 시장에 많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또한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많은 돈을 빌리기 보다는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은 만큼 집값의 30% 이상을 빌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대세 상승기에야 남의 돈을 많이 빌려 레버리지효과(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아울러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변동성이 큰 강남권을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면 신규 분양시장이나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과 같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강북과 같이 덜 회복된 곳을 골라 저가로 매수하는 것이나 신규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라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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