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한식 세계화의 선봉에 서 있는 음식은 단연 비빔밥이다. 외국인에게도 꽤 친근해진 덕에 비빔밥에 와인을 즐기는 외국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둘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와인전문가들은 의외로 마리아주가 좋다고 말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때 비빔밥과 함께 캘리포니아 와인이 오른 것으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봄철 입맛 돋워주는 영양식 비빔밥과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명과 양념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을 알아봤다.
1865 소비뇽 블랑
◆새싹 비빔밥 = 새싹은 다 자란 채소보다 영양분이 높고 산뜻한 맛이 강해 봄철 영양과 입맛을 돋우는 웰빙식의 주재료가 된다. 재료를 데치거나 볶지 않고 바로 요리에 사용하기 때문에 아삭거리는 질감도 그대로 살아 있다. 다소 향이 강한 편인 새싹 비빔밥에는 소비뇽 블랑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할 만큼 산도와 질감이 균형을 이뤄 봄철 나른함을 깨우는데 부족함이 없다. 칠레산 '몰리나 소비뇽 블랑'이나 '1865 소비뇽 블랑'은 산미가 살아 있어, 신선한 비빔밥 재료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는 동시에 매운 맛은 덜 느끼게 해준다. 또 와인의 고유 향인 과일과 야채의 미감이 입안을 사로잡아 밝고 상큼한 기분을 더해준다.◆봄나물 비빔밥 = 취나물,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을 살짝 데쳐 밥과 비벼 먹는 봄나물 비빔밥은 따스한 봄날 등산 후 산장에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봄나물 고유의 향과 질감이 참기름과 어우러져 짙고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는 진한 향미를 가진 칠레 카르미네르 와인이 적합하다. '콘차이토로 그란레세르바 카르미네르'는 진하고 부드러운 타닌에 검은 과일의 느낌이 풍부함을 전해주는 와인이다. 자두향과 흰후추향, 검은 과일향이 두드러지며, 카르미네르 특유의 진한 풍미가 비빔밥의 복합적인 맛을 더해준다. 반면, 매콤함을 씻어 줄 수 있는 드라이한 로제 와인과도 궁합이 좋다. 가볍고 신선하면서 적당한 타닌감도 갖추고 있어 진한 음식의 맛에 눌리지 않는다. 스페인 로제 와인 '마르께스 데 까세레스 로사도'는 레드 베리류의 달콤한 부케와 꽃향기가 입안을 채워주며, 상쾌한 산미가 깔끔하게 입안을 정리해준다. ◆해초 비빔밥 = 해초비빔밥은 경남 통영, 진해 지역의 별미다. 김, 미역, 파래, 청각, 톳 등을 버무려 먹는 해초비빔밥은 양념장 보다 해초 자체의 짭조름한 맛과 씹히는 질감이 매력적이다. 해초 비빔밥에는 해조의 미감과 양념장인 초장의 맛을 고려해 스파이시한 특징의 레드와인이나 신선하고 가벼운 독일 와인이 알맞다. 남아공 와인 '와인마스터즈 리저브 피노타쥐'는 진한 향과 탄닌을 지니고 있어 음식의 강함에 눌리지 않는다. 검붉은 과일의 신선함이 주를 이루며 오크 숙성에서 오는 스파이시함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독일 리슬링 품종의 화이트 와인 '블루넌 와인메이커스 패션'은 신선하고 가벼워 매콤한 음식의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수 있다. ◆육회 비빔밥 = 참기름으로 양념된 고소한 육회에 새싹이나 야채를 얹고 고추장에 쓱싹 비벼먹는 육회비빔밥은 비빔밥 중에서도 영양 만점 별미다. 미끄덩한 육회의 질감에 거부감 있는 이들도 사각거리는 야채와 함께 곁들인 육회비빔밥에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아르헨티나 와인 '트라피체 말벡'은 와인 자체가 후추향, 미네랄 느낌을 갖고 있어 주 재료인 육회와 잘 어우러진다. 육회의 질감과 신선함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미디엄 바디 와인으로 편안하게 마시기 좋다. 호주산 '링컨 에스테이트 블랙립 쉬라즈'는 스파이시한 풍미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바디감이 가벼운 와인이다. 붉은살 생선이나 육회의 마리아주를 고려해 만들어진 만큼 육회 비빔밥과 좋은 매칭을 이룬다.◆간장 비빔밥 = 흰 쌀밥에 계란과 김을 넣고 간장, 참기름으로 비벼낸 간장 비빔밥은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화려하거나 푸짐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간간한 맛은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간장 비빔밥에는 묵직한 와인보다 대체로 가벼운 레드 와인이나 달지 않은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 남아공 와인 '투오션스 소프트 푸르티 레드'는 잘 익은 베리맛에 부드러운 탄닌을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이다. 와인의 적당한 바디감과 잘 익은 과일향이 은은한 양념과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좋은 조화를 보여준다. 프랑스산 '마스까롱 보르도 화이트'는 중간 정도 바디감을 가진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으로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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