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5>두산그룹 박두병 회장③동양맥주 공장확장 기계 도입 정수창 전무와 동행
박두병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정수창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각각 동양맥주 사장과 전무 시절이던 지난 1963년 10월 10일 독일 데트몰트에 소재한 시날코를 방문해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963년 9월 25일, 연강 박두병 회장은 70일간의 세계일주를 떠났다.이 여행길에는 당시 동양맥주 전무였던 정수창 전무가 동행했다. 외환사정이 좋지 않아 해외여향 자체가 쉽지 않던 시절에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외유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여행 목표는 동양맥주(OB맥주의 전신)의 공장시설 확장에 필요한 기재 도입을 위한 것이었다. 또한 박두병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언론사업 '합동통신'과의 계약 통신사, 즉 독일 dpa, 프랑스 AFP, 영국 로이터를 돌아보며 그들과 관계 개선을 꾀하는 목적도 있었다.아울러 전 세계를 돌면서 각국의 맥주를 시음하며 OB맥주의 해외 시장개척의 전망을 파악하는 것도 겸했다. 박승직 상점 문을 닫고 두산상회를 설립하면서 이미 무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박두병 회장은 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장차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그런 의지를 행동을 옮겼고, 그 여정을 정수창 전무가 함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미 두산그룹이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체제'와 '글로벌 두산'이라는 두 뼈대가 박두병 회장 때부터 성립됐음을 방증하고 있다.이날 서울을 출발한 두 사람은 도쿄와 홍콩을 경유해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들렀다. 그리고 15일간 서독(현 독일) 수도 본에 있는 독일연방공화국 의사당과 함부르크에 있는 맥주회사, 테트몰트의 시날코, dpa 통신사 등을 비롯해 주요 산업시설을 방문했다.특히 함부르크의 코스모스 엑스포트는 동양맥주에 1954년부터 맥주 제조 기술 및 자재에 대한 상담을 해온 회사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OB맥주의 초창기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을 양조의 전문가 루돌프 쇼테를 주선해 준 곳이기도 했다.박두병 회장은 1965년을 동양맥주의 1차 시설확장기로 내다보고, 그때에 필요한 기계들을 도입하기 위해 코스모스 엑스포트와 직접 새로운 교섭에 착수했다. 사입기ㆍ냉동기ㆍ냉각기ㆍ발효 저장 탱크ㆍ제품기 등 광범한 기계류의 도입선을 논의했다. 정수창 전무는 그 때의 상황을 이렇게 소개했다. "당시 대폭 인상된 주세 때문에 판매량은 격감되고, 회사는 그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1962년을 전후한 맥주의 소비 추세는 기존 시설로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장 시설의 확장을 계획한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박두병 회장은 더 먼 앞날을 전망하고 있었다. 맥주 소비량은 어떻든 조만간 늘어날 것이고, 그때 가서 당장 시설을 확장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예견했었던 것이다."10월 18일 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21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영국 정부와 상하의원, 주요 신문사를 방문한 후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유럽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 들른 두 사람은 미 국무성의 안내로 미국 각지의 주요 맥주회사, 언론계, 기타 주요 산업시설 등을 둘러봤다. 11월 22일 뉴욕을 떠나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안에서는 이날 낮 12시 30분 달라스에서 발생한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12월 3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두 사람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수창 전무는 사내보 'OB맥주'에 여행 후기를 실었다. "70일간 50종류의 맥주를 마셔본 결과 ▲일본 것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대주의 방식을 개선하고 ▲수출용과 내수용 맥주의 차이가 없도록 정확한 품질을 만들어 내야하며 ▲독일의 장인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그는 또한 미국시장에서 OB맥주의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며 "중국 화교들을 통해서라도 한국 맥주의 판로를 개척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