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뿔난 네이버와 다음 '동병상련'

인터넷 CEO, 규제 철폐 주장…방통위, 본인확인제 개선 검토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인터넷 기업 CEO들 간에 때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뜻밖에도 국내 인터넷기업이 한국시장에서 역차별로 어려움을 당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법을 준수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외국기업간 갈등과 국내 기업을 아예 배제한 글로벌기업간 정책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기업의 발목만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해 달라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 네번째) 인터넷 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인터넷 기업 CEO들은 1일 다음커뮤티케이션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국내 인터넷 기업 CEO들은 작심을 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경우, 동영상 서비스가 구글의 유튜브에 밀려 국내 2위로 밀린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유튜브는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저작권도 관계없다"고 꼬집으면서 "외국업체와 규제의 레벨을 똑같이 해달라.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든지 (외국업체도)국내법을 따르게 하든지 아무튼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튜브가 국내에서 의무화된 본인확인제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다음은 이같은 제도를 준수하면서 오히려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유튜브 해외 사이트를 통하면 각종 동영상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으니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1위 자리를 앞으로 더욱 굳혀갈 것이라는 우려가 엿보인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만 저작권, 본인확인제 등 여러가지 굴레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에 대해 조원규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가 저작권을 무시하지는 않았다"며 맞받아치기도 했다.판사 출신인 김상헌 NHN 대표는 법적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법을 지키면 해외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고 지적하면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법을 지키면 인센티브 혜택을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확산과 관련해 구글의 모바일 검색 독점 문제를 강도높게 거론하기도 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은 구글의 검색을 기본 탑재하고 있어 NHN의 네이버 검색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유선 인터넷에서 네이버가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모바일 검색시장에서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이폰을 오래 준비해 왔지만 막상 제조업체와 협의해 보니 조정이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네이버 검색을 기본 탑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외국계 인터넷 기업들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김대선 야후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기술력이 좋아 잘 되는 것이 아니며 그 이유는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내 포털도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오히려 해외진출을 권유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본인확인제 등 규제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면서 "자율 규제를 성실히 이행하는 업체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국내법을 준수하는 것이 억울한 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위원장은 "법률적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대통령도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국내 최초나 최다 보다는 세계 최초와 같은 사례가 필요하며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진출하는 개척자적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측은 우선적으로 본인확인제와 위치정보 서비스 규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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