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 짖는 사고자 가족들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의 해군 제2함대 사령부는 천안함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과 취재진들로 붐볐다. 부대 앞엔 방송차량들과 각종 조명·방송장비들이 진을 쳤다. 정문 우측 해군 제2회관에는 현장보도본부가 설치됐고, 5~10분 단위로 셔틀버스가 부대 안팎을 오가며 취재진과 실종자가족들을 실어 날랐다.부대 안에 마련된 예비군 생활관에는 사고자 가족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됐다. 10인 1실 규모의 내무반 출입구에는 조난자 아무개의 가족의 숙소임을 알리는 표가 붙어 있었다. 보통 2~3가구가 한 방에 묵었다. 가족들은 내 아들이 덮었을 모포와 침낭을 펴고 휴식을 취했다.1층에는 가족 숙소 외에 상황본부와 휴게실이 있다. 군 관계자들은 상황본부를 분주하게 들락거렸다. 사고자 가족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숙소와 휴게실을 오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가족들은 휴게실에 설치된 상황모니터와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휴게실에서는 특별한 공지 사항이 전달되거나 조난자 가족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생활관 우측 사병 식당에서는 가족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식당 너머 보이는 부두에는 초계함을 비롯한 군함 몇 척이 정박해 있었다.생활관 반대편 예비군 교육장은 200명 규모의 강당이다. 28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등의 정치인들이 찾아 조난자 가족을 만났던 곳이다. 부대 안의 임시보도본부로 전체회의나 주요 브리핑이 이곳에서 열렸다.교육장과 생활관 사이에 펼쳐진 잔디밭에는 하얀 천막이 설치됐다. 천막 안에 길게 늘어선 테이블에는 조난자 1명당 군관 1명이 배치돼 가족들의 애로 사항을 돕고 있다. 그러나 28일 천막이 설치될 당시에는 격앙된 가족들이 “무엇을 준비하기 위한 천막이냐”며 “불길하니 당장 철거해 달라”고 따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고 발생 나흘째. 생존자 구조 활동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군 관계자 및 취재진을 대하는 가족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었다. 군 당국의 말 바꾸기와 지지부진한 생존자 구조에 실망한 가족들은 28일 오전 10시께 부대 앞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2함대와 국방부 발 보도가 다르게 나가면서 불신을 키웠다. 정치인들이 방문했을 때는 “선거운동하러 왔느냐”며 욕하다가도 “제발 내 자식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심경은 그만큼 절박했다. 생존자로부터 휴대전화가 걸려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대 안은 한 바탕 술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곧 와전된 소식으로 밝혀졌다. 모처럼 실낱같은 희망이 비쳤던 가족들의 표정에는 다시 그늘이 졌다.강정규 기자 kj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