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습니다. 2008년 4월 비자금 문제로 퇴임한지 23개월만의 일입니다. 정부의 특별사면 후 복귀가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최고 재벌 수장의 복귀다 보니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계, 학계, 시민단체 등 온 나라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각계의 반응은 예상대로 명확히 갈렸습니다. 열렬히 환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보는 잣대가 다른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회장의 복귀에 같은 시각을 갖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그런데 윤리적 부분을 배제하는 증권가의 반응도 갈렸습니다. 환영 일색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중립 의견을 낸 전문가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미 알려진 재료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이 회장의 그간 성과를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었는데 바이오시밀러 등 신사업쪽이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의견이 눈에 띄었습니다.이 회장의 복귀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에 중립적이라고 보더라도 전문가들이 보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식입니다. 이달 들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2곳은 하나같이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목표가도 찬란합니다. 대우증권의 110만원을 포함해 7곳이 100만원 이상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증권사들도 대부분 90만원대 후반 목표가입니다. 한화증권(94만원)과 신영증권(95만원) 정도의 목표가가 낮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24일 종가 18만9000원에 비하면 상승여력이 충분합니다. 최근 분위기도 좋습니다. 지난 16일 이후 전날까지 7일 연속 계속된 외국인 순매수에 주가는 76만원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지금 분위기라면 사상 최고가인 85만원 돌파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가격대에서 증권사 목표가와 오너의 경영복귀만 믿고 삼성전자를 살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장은 복귀 이유를 “진짜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그냥 복귀를 위한 명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일선복귀 자체가 최소한 위기의 전조란 점은 분명합니다.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이후입니다. 당시 재벌회장들은 등기 임원으로도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 회장이라는 법적으로 없는 타이틀로 계열사들을 지배했습니다. 그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이 회장뿐 아니라 다른 재벌회장들도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던 것입니다.정상적이라면 굳이 회장에 취임하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삼성그룹 전체를 컨트롤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복귀를 결심했다는 것은 더 이상 2선에서 지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회장 복귀가 정점을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에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 아닌 이유입니다. 물론 이 회장이 다시 한번 삼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요.이 회장의 복귀로 단기적으로 관심을 받을 종목은 삼성그룹주가 아니라 코스닥의 삼성 테마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시밀러와 헬스케어쪽에 투자를 결정한 후 테마를 형성한 이들 종목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가벼워 이 회장 복귀에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헬스케어쪽의 인성정보 인포피아 등 삼성 컨소시엄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기업들을 비롯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바이오스페이스 메디포스트 등이 삼성과 이 회장의 입을 바라보는 종목들입니다. 바이오시밀러쪽의 이수앱지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하지만 전날 이들은 이 회장 복귀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코스닥시장의 퇴출 리스트에 테마주들이 무더기로 편입된 영향으로 대부분 하락했습니다. 아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테마주들의 한계를 보여준 것입니다. 이들 종목 투자자들이 이 회장의 천금(千金)같은 말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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