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전원주택 땅은 계획없이 건들지 말라!

며칠째 꽃샘추위가 매섭다. 추위 속에서도 마당 나뭇가지에는 봄볕이 두툼하게 매달려 있다. 지금 산촌의 봄은 나뭇가지에 모여 있다.봄날의 전원생활은 큰 축복이다. 일 년 중 가장 희망차고 싱그럽다. 새로운 얼굴들과의 만남도 많아진다. 마당이나 텃밭을 나서면 새 생명들로 온통 푸르고 신비롭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계곡물이 풀려 흐르는 소리가 마당 끝에서도 들을 수 있다.앞집 노인은 밭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잦아졌다. 곧 거름을 펴고 밭갈이를 시작할 참이다. 언덕 위 펜션 주인아주머니도 겨우내 접어 두었던 파라솔을 마당에 펴고 화분 몇 개를 창가에 내놓는다. 풍경이 달라진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당장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처럼 몸과 마음도 바빠진다. 부지런을 떨어야할 것만 같은 계절이다. 그렇게 바빠지는 마음들로 흥분된 날들이다.겨우내 묵었던 기쁜 소식을 들을 것 같고 봄볕을 따라 편지처럼 누군가 불쑥 찾아올 것만 같은 날이다. 봄날 시골생활은 자연 부지런해지고 마음은 들뜨게 마련이다.이런 이유로 사고를 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전원생활에 대한 그림으로 마음이 들 떠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짓는다. 봄에 취해 일을 저지르게 된다. 무엇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바쁜 마음으로 땅을 파고 콘크리트를 바른다.그렇게 하여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인가에 취해 땅을 사는 것도 문제지만 그 땅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땅을 만져 망치는 것이다.땅이 경사졌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포크레인을 불러 땅을 절개해 평지를 만들어 놓는다든가 계획 없이 콘크리트부터 발라놓고 후회를 한다. 땅을 잘 못 만지면 돈도 버리고 땅도 버리게 된다.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생각으로 땅을 산 사람들 중에는 땅을 다루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내가 임자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땅은 그렇게 쉽게 봄날에 취하듯 즉흥적으로 다루면 손해막심이다.땅에 손을 대려면 우선 땅의 용도와 인허가 부분부터 챙겨보아야 한다.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곡식을 심는 것, 나무를 베는 것 모두가 그 땅의 용도에 맞아야 한다. 법에서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내 땅이라고 하여 아무렇게나 깎고 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곡식을 심고 싶으면 곡식을 심고 나무를 심고 싶으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내 땅에 있는 나무라 하여 마음대로 베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어느 곳이나 내 마음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야 하고 신고나 허가를 받아야만 되는 경우도 많다. 잘 못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형사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법률적인 부분의 검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계획이다. 땅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스터플랜을 세운 후 땅을 만져야 손해가 없다. 경사지는 경사지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오히려 경사진 땅이 더 좋은 조건이 될 수도 있는데도 그것을 까고 뭉개 어떻게든 평지부터 만들어 놓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웅덩이는 그것대로 살릴 수 있는데도 부득불 메워 콘크리트를 덧씌우는 사람들도 있다.계획 없이 남들 하듯 우선 평평한 땅부터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이란 생각에서 일을 저지른다. 퇴직하고 난 후 갑자기 일이 없어졌다든가 아니면 봄날처럼 들뜨기 쉬운 계절에 벌어지는 풍경들이다.이런 사람들은 전원주택을 짓고 난 후에도 매년 봄마다 정원이 바뀐다. 이 나무를 심었다 저 나무를 심었다 갈팡질팡 하고 정자를 세웠다 부수기도 몇 번을 한다. 시간이 남아돌아 심심풀이로 하기에는 너무 출혈이 심하다.시골 땅에 전원주택을 지어볼 생각이라면 마스터플랜이 설 때까지는 절대 포크레인을 부르지 말아야 한다. 집을 어디에 얼마 크기로 어떻게 짓고 남은 땅은 무엇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계획이 섰을 때 움직여야 한다. 괜히 평지부터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포크레인을 부르면 돈도 버리고 땅도 버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기에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아 몸도 버린다.OK시골 033-765-4070~2 김경래 OK시골 대표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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